매일신문

비둘기파 이시바 차기 총리, 한일 과거사 문제 큰 갈등 없을 듯

과거사, 일본 책임 인정…야스쿠니 신사 참배 반대
아시아판 나토 창설 주장…현실성 크게 떨어져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지난 27일 당 총재에 당선된 후 손을 흔들고 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다음 달 1일 차기 총리도 선출된다. 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지난 27일 당 총재에 당선된 후 손을 흔들고 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다음 달 1일 차기 총리도 선출된다. 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67) 전 자민당 간사장이 일본 차기 총리에 선출되면서 향후 한일 관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일 과거사 인식에서 비둘기파로 분류된 덕분에 큰 갈등은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안보 분야에서는 신경전이 불거질 수 있다.

이시바 차기 총리는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의 노선을 충실히 계승, 답습할 것으로 보인다. 대미 동맹을 중심으로 자유 진영과 결속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중국 등 권위주의 세력에 대해서는 동맹 및 우호국과 연대를 통해 대항할 전망이다.

◆한일 과거사 '비둘기파'

이시바 차기 총리는 자민당 내 '비주류' 인사로, 역사수정주의 경향을 상징하는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정책에 비판적 입장을 보여왔다.

특히 한일간 과거사 문제에 대해 유력 정치인 중에서는 드물게 일본 책임을 인정하는 취지의 입장을 밝혀 왔다.

그는 2019년 8월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결정 이후 자신의 블로그에 독일의 전후 반성을 언급하며 일본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실었다.

당시 그는 "우리나라(일본)가 패전 후 전쟁 책임을 정면에서 직시하지 않았던 것이 많은 문제의 근원에 있다"며 "이런 상황이 오늘날 다양한 형태로 표면화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에도 한국에도 '이대로 좋을 리가 없다. 뭔가 해결해서 과거의 오부치 총리-김대중 대통령 시대 같은 좋은 관계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8년 11월에는 와세다대 강연 도중 "일본이 한국을 합병한 역사를 인식해야 한다"며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대응 때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 참배도 해오지 않았다.

따라서 일본이 성의를 보이지 않았던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한 방침이 달라질지 주목된다.

한국이 작년 3월 강제징용 배상판결 해법으로 '제3자 변제' 방식을 발표하면서 한일관계는 외형적으로 회복됐지만, 제3자 변제를 이행하는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재단)에 일본 기업이 전혀 참여하지 않는 등 여전히 소극적이다.

그러나 최근 크게 보수화한 일본 사회 분위기를 고려할 때, 지금까지의 정책 방향이 극적으로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가 당내 지지기반이 약한 비주류라는 점도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그가 역사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라 기대하는 바는 있다"면서도 "지지 기반도 약하고 자민당 내나 국민 전체적으로 지지를 받는 여론도 아니다 보니 행동으로 보이지는 않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아시아판 나토 창설

기시다 차기 총리는 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 조약기구) 창설과 일미 지위협정 개정 등을 주장했다.

특히 아시아판 나토와 관련, 최근 미국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에 게재된 '일본 외교정책의 장래'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아시아판 나토를 창설해 이 틀 내에서 미국의 핵무기를 공동 운용하는 핵 공유나 핵 반입도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시아에 나토와 같은 집단적 자위 체제가 존재하지 않고 상위 방호의 의무가 없어 전쟁이 발발하기 쉬운 상태"라며 "아시아판 나토 창설로 중국과 러시아, 북한의 핵 연합에 대한 억제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 공유와 핵 반입은 미국의 핵무기를 자국 영토 내에 배치해 공동 운용하자는 취지로, '핵무기를 제조하지도, 보유하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인 '비핵 3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하지만 아시아판 나토에 대해서는 주변국들이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특히 아시아판 나토는 공동 방위, 집단적 자위권 등이 전제된다는 측면에서 큰 논란이 될 수 있다.

하세현 경북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차기 총리의 개인적인 아이디어 차원이지 숙성된 이슈는 아니다. 공동 방위, 집단적 자위권 문제 등을 한국이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라며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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