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앞서가면 모든 길이 열려진다." 세익스피어의 말이다. 키케로는 "돈이 공략할 수 없을 만큼 강한 요새는 없다"고 하였다. "황금은 하느님의 대문 외엔 어느 대문에도 들어간다." 영국의 격언이다. 서구자본주의 사회의 돈에 대한 인식을 잘 반영하고 있는 내용들이다.
돈은 인간이 삶을 문명하게 영위할 목적으로 만든 도구의 하나이다. 그런데 오늘날은 인간이 돈의 주인이 아닌 노예로 전락한 것이 문제다.
돈의 역사를 살펴보면 물물교환에서 시작하여 조개껍질, 금속화폐, 지폐, 전자화폐로 진화해 왔다. 물물교환은 농부가 곡물을 팔고자 할 때 구매자가 그와 동등한 가치를 지닌 물품을 가지고 있어야 거래가 성사될 수 있다. 교환의 범위와 빈도에 제한을 받기 때문에 효율적인 거래수단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물물교환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초기 화폐가 등장하게 되었는데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는 보리가, 중국에서는 조개껍질이 사용되었다.
그 뒤 구리, 금, 은 등을 이용한 금속화폐의 주조는 내구성, 희소성 등 다양한 장점으로 인해 돈의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다.
그러나 화폐의 혁명은 종이 화폐의 발명을 통해 이루어졌다. 종이 화폐는 금속화폐에 비해 제작비용의 저렴, 운반의 용이, 대량발행 등 여러 가지 장점이 있었다.
중국 북송 시대에 처음 발명된 종이 화폐는 몽골제국의 서방정복을 통해 유럽으로 전파되었고 유럽에서는 중세 말기와 르네상스 시기에 종이 화폐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오늘날은 미국의 달러가 세계의 기축통화를 형성하고 있다.
◆연燕나라 화폐로 잘못 알려진 고조선 화폐 명도전明刀錢
중국 고대의 금속화폐로서 대표적인 것은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공수포空首布이고 다른 하나는 명도전이다. 이 두 화폐는 모양에서부터 그 특징이 확연히 구분된다.
공수포는 땅을 팔 때 사용하는 가래삽을 모방해 만들었고 윗쪽 머리 부분은 자루를 꽂을 수 있도록 중간이 텅 비어 있다. 그래서 공수포라고 호칭한다.
공수포는 원시형, 특대형, 대형, 중형, 소형 5가지 형태로 분류되는데 100kg 이상 나가는 원시형의 경우는 농기구이면서 화폐의 용도로 병용되었다.
농기구를 형상화하여 만든 공수포는 초기엔 농기구와 화폐 역할을 동시에 하다가 유통범위가 확대되면서 화폐 기능만을 하게 되었고 점차 휴대에 편리하도록 진화했다.
공수포는 서주西周 말기에 처음 주조되어 주周나라, 진晉나라, 정鄭나라 등 주로 중원의 농경지대에 위치한 나라들에서 유통되었고 서기전 221년 진시황에 의해 화폐개혁이 단행되면서 폐지되었다.
춘추시대 3대 화폐의 하나인 도폐刀幣는, 동북방 발해유역에 거주하던 유목민들이 칼을 모방하여 만들어 사용한 금속화폐이다.
저들은 돈을 왜 칼의 모양을 본떠서 만들었는가. 농경민족에게는 농삽이 주요 생산공구였다면 유목민에게 있어서는 칼이 전쟁의 도구이자 생산의 공구로서 생활필수품이었다. 그래서 칼을 모방하여 돈을 주조해서 사용하게 된 것이다.
도폐의 발전 과정을 살펴보면 삭削이라 부르는 칼이 춘추전국시대에 발해유역 유목민족의 중요한 어렵공구였다. 이것을 가지고 물건이나 짐승, 물고기를 자르고 쪼개는 도구로 사용하였다.
먼저 삭을 모방하여 머리 부분이 뾰족한 첨수도尖首刀를 만들었다. 하지만 당시의 첨수도는 화폐이기도 하지만 생산공구이기도 하였으므로 부피가 크고 끝부분이 너무 예리하여 휴대하기에 위험성이 있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사람들은 매번 물건을 살 때마다 크고 무겁고 끝이 예리한 도폐를 휴대하고 다니는 것에 불편함을 느꼈다. 그래서 첨예한 칼끝을 무디게 만들고 무게와 크기도 줄여서 휴대하기에 편리한 도폐로 진화하게 된 것이다.
지금의 하남성, 섬서성 등 농경지대에서는 농삽 모양의 금속화폐가 유행한 것과 달리 어렵을 주업으로 생활한 발해유역의 동북방에서는 칼 모양의 화폐가 유행한 것은, 화폐의 탄생은 당시 사람들의 생산 활동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명도전이란 금속 도폐의 중앙 부위에 전서篆書로 밝을 명明 자가 새겨져 있어서 붙여진 명칭이다. 그래서 이를 명자 도폐, 줄여서 명도전이라 부르는데 그동안 이 화폐를 연燕나라에서 주조한 연나라 화폐라고 공인해왔다.
명도전을 최초로 주조한 나라에 대해서 당시 동주東周 제후국의 하나였던 연나라로 추정하는 것은 중국 학계의 공식 입장이며 따라서 명도전이 연나라 화폐란 의미로 연명도燕明刀라 호칭하고 있다.
그러나 명도전이 연나라 화폐라는 어떠한 문헌적 근거도 찾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명도전이 연나라 화폐임을 증명할 수 있는 단 한 건의 고고유물도 발굴되지 않았다. 명도전은 연나라 화폐가 아니라 고조선 화폐라는 근거를 아래에서 구체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명도전을 고조선 화폐로 보는 근거
명도전을 고조선 화폐로 보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명도전의 발굴지역을 살펴보면 하북성, 요녕성, 내몽골, 산동성, 한반도 등 주로 발해유역이다.
그동안 한, 중, 일 역사학계는 압록강 서쪽이 모두 고대 연나라의 강역이라 여겼고 그래서 이 지역에서 발굴된 명도전을 모두 연나라 화폐라고 인식해왔다.
그러나 최근 발해만에서 고조선이 건국되었고 고조선의 서쪽 강역은 하북성 남쪽 보정시 역수유역까지였으며, 발해유역의 산동반도, 요동반도, 한반도가 모두 고조선의 영역이라는 사실이 『사고전서』라는 세계가 공인하는 객관적인 사료를 통해 입증되었다.
명도전은 발해유역의 전 지역에서 출토되지만 특히 발해조선의 서쪽 경계인 하북성 역현易縣 일대에서만 1966년 이래 1만여 개에 달하는 대량의 명도전이 출토되었다.
하북성 역수가 발해조선의 서쪽 경계선인데 명도전의 발굴 또한 이곳을 경계로 멈추는 것은 주목할만하다.
명도전이 발굴된 지역은 발해유역에 있었던 고조선의 강역과 정확히 일치함으로 명도전을 고조선에서 제조하여 사용한 금속화폐로 보는 것이 역사 사실에 부합된다.
둘째, 명도전 화폐의 정면 중앙 부위에 있는 전서篆書로 된 글자는 날일(日) 자 옆에 달월(月) 자를 새겨넣어 누가 보더라도 그것은 밝을 명明 자가 분명하다.
모든 명도전에 동일하게 이 밝을 명 자가 새겨져 있는 것을 볼 때 이는 요즘으로 치면 상표나 브랜드와 같은 것이라고 본다. 즉 화폐가 어느 나라에서 만든 화폐인가를 알려주는 화폐의 국적 표기인 것이다.
그러면 발해유역에서 밝은 태양을 숭배하며 살아온 어떤 국가와 민족이 있었는가. 『산해경』에서는 "발해의 모퉁이에 조선이란 나라가 있다"고 하였고 『서경』에서는 "해뜨는 골짜기 양곡暘谷에서 우이嵎夷가 산다"고 하였다. 우이는 발해의 모퉁이에 있던 조선의 다른 호칭이다. 『주역』에서는 "기자가 명이明夷에 갔다"고 언급하였는데 갑골문에서는 명明 자와 조선의 조朝 자가 같은 의미로 쓰였다.
이런 문헌적 기록을 종합검토해본다면 명도전에 새겨진 명자는 광명光明을 숭배한 고조선을 상징하는 글자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것이 연나라의 화폐가 되기 위해서는 여기에 연燕 자가 조각되어 있어야 하는데 글자 형태로 볼 때 연나라 연 자와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따라서 밝을 명 자가 새겨진 금속화폐 명도전을 연도전燕刀錢이라 호칭하는 것은 소가 웃을 일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이런 어이없는 중국의 주장이 먹혀왔다는 것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고조선의 명도전은 아시아 최초의 청동 화폐다
그동안 발해유역에서 발굴된 명도전을 주나라의 제후국인 연나라가 전국시대에 주조한 화폐로 인식함으로써 중원지역에서 발굴한 공수포를 중국 최초의 금속화폐로 인정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명도전이 연나라 화폐가 아니라 고조선 화폐라고 할 때 명도전의 위상은 크게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고조선은 홍산문화를 계승하여 주나라보다 1500년을 앞서 천혜의 땅 동양의 지중해 발해만에서 건국한 나라로서, 춘추시대에 공자가 가서 살고 싶어할 정도로 경제, 문화면에서 동주에 훨씬 앞선 선진국가였기 때문이다.
특히 동양에서는 동이족 치우가 최초로 금속무기를 발명했다고 전해지는 데(蚩尤作五兵) 내몽골의 홍산문화가 이를 뒷받침하는 치우족이 남긴 고고유물이며, 북경 일대의 하가점하층문화는 치우를 계승한 고조선의 유적으로 평가된다.
고조선에서 정교한 기술이 요구되는 세계 최초의 청동거울 다뉴세문경이 주조되었고 또 하가점하층문화에서는 여러 청동 제품이 발굴된 점을 고려한다면 고조선의 화폐 명도전은 2500여년 전 중원지역에서 유행한 공수포보다 적어도 1000년 이상 앞서 창조된 아시아 최초의 금속화폐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학박사·민족문화연구원장(shimbg200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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