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초고령사회, 빚에 시달리는 노인들이 위험하다

금융기관 대출금을 갚지 못해 채무조정(債務調整) 절차를 밟는 서민이 올 들어 11만 명을 넘어섰다. 생활고에 시달려 돈을 빌렸는데, 고금리·고물가 탓에 빚을 갚기는커녕 대출금만 늘어나는 상황이다. 특히 고령층이 위험하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워크아웃 등 채무조정 신청뿐 아니라 법원의 개인회생(個人回生) 신청 추이를 보면, 60대 이상의 증가 폭이 두드러진다. 재산도 없고 연금 혜택도 미미한데 재취업마저 어려워 한계 상황에 내몰리는 것이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최근 5년간 채무조정 실적 자료'에 따르면 올해 채무조정 확정 건수는 8월까지 11만5천721명에 이른다. 11만~12만 명 수준이던 채무조정 확정자는 지난해 16만 명대로 급증했고, 올해 17만 명에 육박할 전망이다.

8월 말 채무조정 확정자 중 60대 이상은 1만7천여 명으로, 전체의 14.8%에 달했다. 이전 4년간 평균치(12~13%)보다 크게 늘었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70세 이상 개인회생 신청자는 703명으로, 1년 전보다 70%가량 늘었다. 연령에 따라 증가 폭도 컸다. 20대는 15%, 60대 이상은 58%였다. 개인회생은 채무자가 3년 이내에 성실히 빚을 갚아 나가면 남은 금액을 탕감(蕩減)해 준다. 고령층은 대부분 유일한 재산이 집인데, 채무 면제를 대가로 재산처분권을 잃는 개인파산보다 개인회생을 선택한다.

채무조정 신청은 올 하반기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가 채무조정 특례제도 운영 기한을 당초 지난 4월에서 올해 말로 연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채무조정조차 지키지 못하는 비율도 늘고 있다. 채무자가 3개월 이상 변제(辨濟) 계획을 이행하지 못하면, 채무조정 합의는 효력을 잃는다. 이런 비율이 지난 5월 말 기준 약 25%다. 4년 전엔 14% 정도였다. 무작정 빚과 이자를 탕감해 주면 도덕적 해이가 우려되지만 이들을 방치하면 사회 안정성을 위협한다. 고령층이 경제 주체로 살아가도록 맞춤형 지원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 진입까지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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