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군의날 행사를 ‘병정 놀음’이라는 천하람의 저열·천박한 인식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가 올해 국군의날 행사 연습 중 장병 2명이 발목 및 턱 골절상을 입었다면서 "(이는) 국방부가 장병 복지는 뒷전이고 대통령의 병정 놀음에만 심취한 때문이다. 행사를 축소하고 장병 복지를 챙기라(장병 생활관 개선사업 예산 집행률 올리라)"고 촉구했다. 천 의원은 국군의날을 '장병 위무(慰撫) 날'로 여기는 모양이다.

문재인 정부는 1998년 이후 5년 단위로 실시해 오던 국군의날 시가행진(市街行進) 등 행사를 중단했다. 2018년 70주년 행사에서는 시가행진·열병·분열 대신 연예인 공연·야간 에어쇼 등으로 진행했다. 2019년에는 대규모 국군의날 행사를 규정하고 있던 훈령 자체를 손질해 시가행진 실시를 선택 사항으로 바꿨다. 2020년에는 국군의날 행사 며칠 전,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 공무원 이대준 씨가 서해 연평도 인근에서 실종된 후 북한군에게 피살됐음에도 문 전 대통령은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평화'만 외쳤지 '북한'을 아예 입에 올리지도 않았다.

국군의날은 우리 군대가 얼마나 강력한지, 군기(軍紀)가 얼마나 정연(整然)한지, 타국이 우리 국민을 해(害)하거나 영토를 침범하면 어떤 보복을 당할 수 있는지를 지 보여주는 '무력' 과시(誇示)의 날이다. 연예인 불러서 잔치하고, 상대국 심기를 고려해 좋은 말을 나누는 자리가 아니다. 그런 태도는 경멸과 위험을 초래(招來)할 뿐이다.

문 정부는 국군의날 행사를 대폭 축소하면서 "행사 준비 비용과 장병 피로도를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장병 피로도를 염려해 군사력을 과시하지 말고, 연습 중에 군인이 다칠지 모르니 행사를 줄이자는 게 말이나 되나. 안전사고에 철저히 대비하되 강도 높은 훈련은 당연하다. "왜 병사를 다치게 하면서까지 군사 정권 시절을 연상케 하는 시가행진을 과도하게 추진하는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천 의원의 발언은 귀를 의심케 한다. 대한민국은 '군사 정부'가 아니라 '민주 정부'이니 강한 군대는 필요 없다는 말인가. 국민투표로 외세(外勢)의 침략을 막자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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