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태풍 끄라톤 'U턴' 가능성, 대만이 '탱커' 역할?…호남→영남 횡단 전망도

한미일 기상당국 모두 태풍 끄라톤 대만 남동부 일시 상륙 전망→태풍 세력 감퇴시킬 가능성
'대한해협 북동진' 예상도 살아있어

우리나라에 올 가능성이 높아진 18호 태풍 끄라톤(크라톤)에 대한 29일 기상당국 예보에선 '대만'과 '서진(西進)'이 눈길을 끄는 키워드가 됐다.

바다에선 몸집을 키우지만 반대로 육지에선 세력이 감퇴하는 태풍이 한반도로 오는 길에 대만에 일시적으로 상륙하는 시나리오다. 이를 위해선 태풍이 대만을 지날때 예상경로가 바다보다는 서쪽 육지로 옮겨져야 한다.

▶공상민 기상청 예보 분석관은 이날 '제18호 태풍 끄라톤 현황 및 전망' 수시 예보 브리핑을 통해 "대만으로 서진을 많이 할 수록 태풍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고, 북상 시기가 늦춰질 것이다. 반면 2차 기압골을 타면 빠르게 북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필리핀 루손섬 북쪽을 북서진 중인 태풍 끄라톤에 대해 한·미·일 기상당국이 의견 일치로 곧 경로를 북동진으로 꺾어 대만 동쪽 해상을 오르는 수순을 내다보고 있다.

이때 태풍 끄라톤이 대만에 얼마나 더 가까이 붙을지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왼쪽부터)우리 기상청,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 Joint Typhoon Warning Center), 일본기상청 등 한미일 기상당국 모두 18호 태풍 끄라톤이 대만 남동부 해안 지역에 일시적으로 상륙할 것으로 본다.
(왼쪽부터)우리 기상청,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 Joint Typhoon Warning Center), 일본기상청 등 한미일 기상당국 모두 18호 태풍 끄라톤이 대만 남동부 해안 지역에 일시적으로 상륙할 것으로 본다.

3국 기상당국이 내놓은 예상경로에선 공통적으로 태풍 끄라톤이 대만 남동부 핑둥현, 타이둥현 등의 해안 지역에 잠시 상륙할 것으로 본다.

대만 타이완섬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동고서저 지형으로, 태풍 끄라톤이 대만의 동쪽 산맥 지역을 거치며 세력이 약화할 가능성이 생겼다.

기상청 29일 오후 4시 30분 발표 18호 태풍 끄라톤 예상경로
기상청 29일 오후 4시 30분 발표 18호 태풍 끄라톤 예상경로

이를 감안한듯, 기상청은 태풍 끄라톤이 대만 남동부 지역에 상륙하기 전인 10월 1일 강도 '강'에 중심기압이 950hPa(헥토파스칼)까지 내려가지만(태풍 세력과 중심기압은 반비례하는 경향을 보인다), 2일 대만 남동부 지역과 부딪친 후, 3일 대만 지역을 벗어났을 땐 중심기압이 970hPa로 크게 증가해 있고, 중국 상하이 동쪽이자 제주도 남쪽 먼 바다에 다다랐을 땐 강도 역시 '중'으로 내려가고 중심기압은 975hPa로 좀 더 올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태풍 끄라톤이 대만 동부 지역을 지나선 다시 바다만 이동하며 힘을 키울 수 있지만,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해수면 온도가 낮아지는 점이 태풍의 세력이 동남아시아 바다에서처럼 원활히 강화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을 충분히 할 수 있게 만든다.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Ensemble(앙상블) 모델 18호 태풍 끄라톤 예상경로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Ensemble(앙상블) 모델 18호 태풍 끄라톤 예상경로

그럴 경우 태풍 북상의 동력이 예상보다 떨어지게 되는데, 전날(28일)까지만 해도 태풍 끄라톤의 호남 서해안을 통한 상륙을 전망했던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Ensemble(앙상블) 모델은 이날은 태풍이 상하이 앞바다에서 더는 북상하지 못하고, 경로를 거의 U턴으로 꺾어 제주도 아래이자 일본 큐슈 서쪽 해상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중앙상블(GEFS) 모델 18호 태풍 끄라톤 예상경로
다중앙상블(GEFS) 모델 18호 태풍 끄라톤 예상경로

▶그런데 전날 태풍 끄라톤이 부산~울산~경북 포항 등 우리나라 동남부 지역에 상륙할 것으로 내다봤던 다중앙상블(GEFS) 모델은 예상경로를 서진시켰다.

서해안과 남해안이 이어지는 전남 진도·해남·목포 일대를 통해 상륙, 호남 지역을 거쳐 영남 내륙 지역을 횡단해 동해로 빠져나가는, 남부 지역 관통 시나리오다.

GEFS 모델은 태풍 끄라톤이 이처럼 우리나라 서해안 상륙 경로를 밟기 앞선 경로에서도 대만에 좀 더 서쪽으로 붙고, 중국 상하이 앞바다를 지나며, 제주도 동쪽이 아닌 서쪽 해상을 거치는, 서진 맥락의 경로를 전망한다.

즉, 앞으로 태풍 끄라톤이 대만을 지날 때 예상보다 서진을 하더라도, 이게 우리나라 입장에선 태풍의 세력을 약화시켜 제주도까지 올라오지 못하는 효과를 낼지(ECMWF 앙상블 모델), 일부 세력 약화 효과는 있더라도 경로 자체만 서쪽으로 옮기는 영향이 더 도드라질지(GEFS 모델) 등의 경우의 수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두 앙상블 모델 예측만 태풍 끄라톤 북상 시나리오의 전부인 건 아니다.

9월 29일 GDAPS-KIM 예측 18호 태풍 끄라톤 예상경로
9월 29일 GDAPS-KIM 예측 18호 태풍 끄라톤 예상경로

우리 기상청 예측 모델인 GDAPS-KIM은 29일 예상일기도에서 앞서 여러 기상모델이 가리킨 태풍 끄라톤의 대한해협 북동진 경로를 밝히고 있다.

여기서도 대만 동부 지역 상륙을 전망하고, 대만 상륙 전 태풍의 950대hPa 중심기압이 대만을 이탈한 후 990대hPa까지 상승(그만큼 태풍 세력은 약화)할 것으로 본다.

이처럼 약화한 태풍이 제주도 동쪽 해상을 지나 부산 일대까지 왔을 땐 중심기압이 1000대hPa까지 상승하며 사실상 소멸 수순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태풍은 보통 중심기압이 1000hPa 밑)

2019년 18호 태풍 미탁(9월 28일~10월 3일) 최종 경로. 기상청
2019년 18호 태풍 미탁(9월 28일~10월 3일) 최종 경로. 기상청
2016년 18호 태풍 차바(9월 28일~10월 6일) 최종 경로. 기상청
2016년 18호 태풍 차바(9월 28일~10월 6일) 최종 경로. 기상청

이날 정부서울청사 서울상황센터에서 열린 제18호 태풍 끄라톤 북상 대비 관계기관 대책 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태풍 끄라톤은 과거 큰 피해를 입힌 가을 태풍인 미탁(2019년) 및 차바(2016년)와 발생 시기가 같고 접근 경로도 거의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미탁은 과거 제주도 서쪽을 지나 전남 진도 일대를 통해 상륙했는데, 현재 끄라톤에 대한 GEFS 모델의 전남 상륙 및 호남→영남 횡단 전망과 닮았다.

반대로 차바는 제주도 동쪽에 바짝 붙어 북동진, 경남 거제와 부산 일대 등 영남 지역 남해안을 스쳤다. 현재 끄라톤에 대한 GDAPS-KIM의 대한해협행 전망과 유사하다.

정부 역시 현재 여러 기상모델이 내놓고 있는 동~서 비교적 넓은 범위의 태풍 끄라톤 예상(상륙)경로를 염두에 두고 있는 셈이다.

※탱커(tanker)는 방패, 방어막 등의 게임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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