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은 영화나 드라마의 단골 소재다.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투숙객이, 무궁무진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내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한때는 호텔에서 묵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어깨 뽕'이 들어가거나 상류층이 된 듯한 기분을 만끽하기에 충분했다. 아직도 어느 호텔의 하루 숙박료가 수천만원이라는 얘기는 뉴스를 장식하곤 한다.
2014년 개봉한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1927년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어느 날 독일의 한 호텔을 배경으로 한다. 귀부인의 죽음을 둘러싼 호텔 지배인과 로비 보이의 모험 이야기가 코믹하면서도 긴장감 있게 전개된다.
살인 등 잔인한 요소가 등장하지만 잘 조화된 배경과 소품 하나까지 신경 쓴 영상미가 동화 같은 풍경을 자아내 호평을 받았다.
비극적인 실화를 소재로 한 '호텔 뭄바이'도 명작 영화로 꼽힌다.
2008년 인도 뭄바이에서 일어난 연쇄 테러 사건(195명 사망자, 350명 부상자 발생)을 '크랭크 인', 뛰어난 연출력을 보여 줬다는 평가다.
몇 해 전엔 엘리트 호텔리어 지배인과 괴팍한 호텔 사장과의 이야기를 달달하게 담은 국내 호텔 드라마(호텔 델루나)가 인기리에 방영되기도 했다.
경북도의 호텔 이슈가 어느 때보다 뜨겁다.
호텔 불모지에 가깝던 경북도청 신도시에 이름 있는 호텔 체인이 문을 여는가 하면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경북도가 호텔 인프라 확충과 정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도청 신도시에는 지난달 15일 스탠포드호텔 그룹이 운영하는 '스탠포드호텔 안동'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이 호텔은 124개 객실과 500석 규모의 대형 연회장을 갖춘 한옥 형식으로 건립됐다. 스탠포드호텔은 서울·부산·제주 등 국내에 호텔 6개소를 비롯해 미국 뉴욕·시애틀 등에서 성업 중이다. 창업주는 경북 예천 출신이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친 시기에 값진 결과라는 게 경북도 안팎의 평가다. 특히 안동 하회마을 등 일대 관광 활성화뿐 아니라 각종 전시 행사, 컨벤션 개최 등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북도는 APEC 정상회의 개최지인 경주의 호텔 인프라 확충에도 힘을 쏟고 있다. APEC 정상회의가 열리면 21개국 정상들이 머물 최고 수준의 숙소가 필요하다.
현재 이철우 도지사가 직접 나서 외교부 추진단, 경주시, 호텔 대표, 경북문화관광공사, 건축 및 리모델링 전문가와 함께 'PRS(Presidential Suite) 위원회'를 출범했으며 호텔 개·보수 등 행·재정적 지원을 위한 조례 제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주의 경우 정상회의 주 회의장인 화백컨벤션센터 반경 3㎞ 안에 숙박시설 103곳(4천463실), 10㎞ 이내에는 1천330곳(1만3천265실)이 있어 행사를 치르기엔 충분한 규모라고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일부 시설 노후로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돼 경북도는 PRS 확충 및 리모델링 계획을 수립해 내년 3월까지 개·보수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호텔학과나 관련 직종의 몸값이 하늘을 찌르는 때가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과 세계 경기 침체를 거치면서 관광산업이 주춤하자 인기가 다소 시들해졌다.
하지만 젖은 날엔 마른 날을 준비하고, 소 얻기 전 외양간을 만들어야 하듯, 경북도의 호텔 산업이 더욱 꽃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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