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에게'로 유명한 정호승 시인을 좋아한다. 그리고 '정호승 엔젤'을 '추앙'(推仰)한다. 한때 드라마에 나왔던 '추앙'이라는 단어만큼 시인에게 어울리는 표현이 또 있을까? 무엇보다 정 시인을 '엔젤'로 부를 수 있어 행복하다. '엔젤'은 대구FC를 후원하는 시민 모임 '대구FC엔젤클럽' 회원을 뜻한다. 가끔 대구FC 경기가 끝나면 현장의 느낌을 시인에게 문자로 보낸다. 눈치 없는 문자에도 시인은 반갑게 답글까지 보낸다. 아마도 사심 없이 그저 들뜬 아이 같은 나의 마음을 시인의 마음으로 이해해 주셨으리라.
정 시인과의 인연은 지난 6월 시작됐다. 그의 시 '풍경 달다'를 노트에 적고 다닐 정도로 좋아했지만 시인을 만난 적은 없었다. 지역에서 열리는 모 포럼의 특강에서 다정하고도 아득한 시인의 모습을 처음 마주했다. 경남 하동에서 태어났지만 대구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시인은 강연 중에 어린 시절을 소환했다. 자신이 시인으로 평생을 살아온 배경에는 '어릴 적 대구' '소년 정호승'이 있었다고 한다. 감명을 받은 나는 강의가 끝나자 시인에게 찾아가 인사를 드렸고 약 2개월 후 대구 수성구 정호승문학관에서 다시 만났다. 전국적 명성을 갖고 있는 데다 학창 시절을 대구에서 보낸 만큼 엔젤클럽에도 도움이 될 듯해 엔젤클럽의 '앰배서더'(ambassador)로 모시고 싶었다. 정 시인은 엔젤클럽에 대해 묵묵히 듣고는 "정말 훌륭한 일을 한다"고 칭찬한 후 "엔젤클럽 회원 가입부터 하겠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가슴이 먹먹해졌다. 다음 날 후원금도 바로 보냈다. 앰배서더는 말할 것도 없었다.
엔젤을 하면서 많은 사람이 "수고 많다"고 격려한다. 그러나 수고보단 보람이 더 크다. '덕은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 있다'는 '덕불고필유린'(德不孤必有隣)이란 말을 엔젤 활동을 하면서 늘 떠올렸다. '축구를 통해 대구를 사랑하겠다'는 순수한 마음은 수많은 '엔젤 인연'을 만들었다. 실제로 엔젤클럽에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많이 주는 이재하 전 대구상공회의소 회장과도 일면식이 없었다. 그런데 2016년 연말 가족과 해외여행을 갔을 때, 대구 지역 번호로 전화가 왔다. 알고 보니 대구상공회의소 비서실이었다. 엔젤클럽에 대한 신문 기사를 읽고 감동받았다며 직접 연락을 한 것이다. 그렇게 이 전 회장은 매년 1천만원씩 대구FC를 후원하는 다이아몬드 엔젤 1호가 됐다. 금복주의 김동구 회장도 마찬가지다. 평소 대구FC를 후원하고 있던 김 회장은 "엔젤클럽을 위해 고생이 많다. 사무국 운영비를 일부 지원하겠다"며 사비를 전달했다. 김 회장의 뜻을 기려 그 돈으로 어려운 아이들이 축구 경기를 관람토록 했다. 그렇게 또 인연이 맺어졌다. 김 회장이 다이아몬드 엔젤이 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올해 엔젤 탄생 10주년이 됐다. 당초 '1, 2년 하다 말겠지'라는 우려가 많았기에 그 의미가 남다르다. 그 사이 회장인 나는 물론 수많은 엔젤이 서로 '엔젤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이들의 뜻을 기리기 위해 DGB대구은행파크(대팍) 앞 광장에 엔젤 동산을 조성해 엔젤들의 이름을 새겨 놓았다. 10월 하순에는 대팍에서 10년 엔젤 탄생 기념 엔젤클럽 브랜드 데이도 연다. 모든 엔젤은 물론 정 시인, 아니 '정호승 엔젤에게' 참여를 요청할 예정이다. 그리고 시인의 시어처럼 엔젤 회원 모두가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리라'. 그 자리에서 시인을 모시고 그렇게 다짐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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