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혼자 사춘기 아이 둘 키우는 아빠…화재로 갈 곳 잃어

친구와 아내에게 배신당해 상처만 남은 삶
우울증에 알코올 의존증, 화재로 집까지 불타
두 아이 잘 키우고 싶지만…생활 녹록지 않아

김덕진(54·가명) 씨가 첫째 아들 김원영(14·가명) 군을 미소 지으며 바라보는 모습. 김지효 기자
김덕진(54·가명) 씨가 첫째 아들 김원영(14·가명) 군을 미소 지으며 바라보는 모습. 김지효 기자

세상은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곳이 아니었던가. 김덕진(55·가명) 씨가 한 일이라곤 사람을 믿은 것뿐이었다. 친구에게 빚보증을 잘못 서줬다가 신용불량자가 된 후 겨우 자리를 잡았지만, 함께 가정을 잘 꾸려나가자 약속했던 아내마저 수년 전 갑작스레 덕진 씨를 떠났다. 아픈 몸과 마음을 다잡고 사춘기의 두 아이를 잘 키워내고 싶은데, 얼마 전 화재로 집이 불탄 것처럼 어려운 상황이 자꾸만 덕진 씨에게 닥쳐온다.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신당해…이혼 후 홀로 두 아이 키워야

경북 한 마을에서 오 남매 중 셋째로 태어난 덕진 씨는 부모님의 농사를 도우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군대에 가기 전까지 고향을 떠나 용접 일을 하며 돈을 벌었다. 군 복무를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덕진 씨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게 됐다. 집안의 대들보라고 여겨졌던 큰형이 갑작스레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난 것이다.

덕진 씨는 나이 드신 부모님 일손을 돕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와 레미콘 회사에서 일하며 농사일을 거들었다. 다른 형제들이 모두 결혼해 떠난 후에도 덕진 씨는 홀로 고향에 남아 부모님을 돌보며 지냈다.

세상은 서로 나누고 믿어주고 밀어주며 살아가는 곳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신념은 여러번 상처로 돌아왔다. 30대 초반 창창한 나이의 덕진 씨는 친구 부탁으로 빚보증을 잘못 서서 신용불량자가 됐다. 수천만원 빚을 떠안은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3년간 떠돌이 생활을 했다. 산 건지 죽은 건지 자신조차 헷갈릴 정도로 도망 다니며 오랜 시간을 보낸 덕진 씨는 39살에 개인회생을 신청하며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안정된 직장을 찾지 못하고 부모님 곁에서 일용직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갔다.

수입이 일정치 않은 데다 심적으로 지친 상태였기에, 덕진 씨는 부모님을 모시며 독신으로 살아가려 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홀로 남은 어머니가 아들 결혼식을 보는 게 자신의 평생 소원이라는 말씀을 하셨고, 덕진 씨는 주변인 소개로 국제결혼을 결심했다. 가정을 꾸리고 배우자와 함께 미래를 그려나가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덕진 씨는 베트남에서 온 아내를 만나 두 아들을 낳았다. 결혼 초반에는 아내와의 사이가 원만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내와 문화 차이가 크다는 걸 깨닫게 됐다. 특히 아내와 덕진 씨 어머니 사이 고부갈등이 심했다. 아이 둘을 키우고 시어머니를 모셔야 하는 아내가 부담이 크겠다는 생각에 덕진 씨는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육아를 도우며 가정을 지키려 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조금 크고 나자 아내는 점점 집을 비우는 일이 잦아졌다.

그러다 5년 전, 덕진 씨는 귀가한 아내와 사소한 일로 다툼을 했고, 그 일로 아내가 집을 나가며 10여 년의 결혼 생활이 끝났다. 둘째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시기 아내와 합의이혼을 한 덕진 씨는 두 아이를 홀로 키우기 시작했다.

◆이혼 후 우울증 앓고, 화재로 집도 잃어…갈 곳 없는 몸과 마음

아이들의 엄마가 떠난 후, 덕진 씨는 깊은 우울증에 빠졌다. 알코올 의존증까지 겹쳐 치료를 반복했다. 마음을 다스리려 애썼지만, 사람의 감정이란 건 맺고 끊음이 확실한 영역이 아니었다. 자꾸만 과거의 상처가 되살아나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고, 모든 것을 놓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두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덕진 씨의 누나가 위태로운 동생을 보살폈다. 일용직으로 아이 둘을 키워야 하는 동생이 생활고에 시달리면 생활비를 보태주기도 하고, 밥과 반찬을 해다 먹이기도 했다.

그렇게 힘을 내 살던 지난 6월 말 또 다시 불행이 찾아왔다. 덕진 씨가 아이들과 함께 살던 누나 소유의 오래된 집에 불이 났다. 다행히 집에 있던 큰아들이 자는 덕진 씨를 깨워 함께 집에서 맨발로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도로가 좁은 시골 마을에 사는 탓에 소방차 진입이 어려워 집이 몽땅 타버렸다. 이후 덕진 씨는 갈 곳을 잃고 아이들과 함께 누나 집에 얹혀살게 되었다.

덕진 씨 누나는 노후를 위한 연금까지 당겨 쓰며 물심양면 동생과 조카들을 돌봤다. 하지만 누나도 가정이 있는 데다 건강이 좋지 않아 언제까지고 얹혀살 수는 없는 상황. 불타버린 집을 다시 지으려면 억대의 돈이 필요하고, 전세를 구해 나가자니 덕진 씨는 모아둔 돈이 한 푼도 없었다.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아 중학교 3학년인 첫째 학원비, 식비, 공과금, 보험료 등을 내고 나면 통장 잔액은 금방 바닥을 드러냈다.

아이들이 중학교 3학년과 초등학교 6학년으로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덕진 씨의 심리적 고충은 더욱 커졌다. 공부라도 마음껏 시켜주고 싶은데, 요즘 애들 학원비는 왜 이리 비싼지. 몸도 마음도 오갈 데 없는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그래도 덕진 씨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언젠가 볕들 날이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낸다.

*매일신문 이웃사랑은 매주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성금을 소개된 사연의 주인공에게 전액 그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성금을 전달하고 싶은 분은 하단 기자의 이메일로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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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아기 살리고 싶은 응우옌 티린 씨에 2,360만원 성금

코로나로 학업 포기 후 생활고 속 25주 초미숙아 출산한 응우옌 티린 씨(매일신문 9월 24일 10면 보도)에게 46개 단체, 131명의 독자가 2천360만8천532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태원전기 10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세무법인송정김천2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김동수)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삼성기공장태종 3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구미현대병원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마포무역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삼이시스템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길어나눔교회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달서구약사회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김용환)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홍천뚝배기(서금희)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김기욱사무소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국선도풍각수련 3만원 ▷동신통신㈜(김기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청산(우창하) 3만원 ▷사단법인대한민국힐링문화진흥원 1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도경희 200만원 ▷김상태 박원경 각 100만원 ▷김진숙 50만원 ▷김재균 유주영 이신덕 각 30만원 ▷박철기 이재일 각 20만원 ▷곽용 박용환 오정환 윤종천 이성익 조득환 최창규 최채령 허금주 허정원 황우원 각 10만원 ▷김영관 김종균 남영희 박정희 백미화 서정오 신광련 안대용 엄희숙 이창영 임채숙 전우식 정원수 최상수 최한태 하경석 하혜련 각 5만원 ▷나선희 3만3천원 ▷강병모 김태욱 김해윤 남현숙 변현택 유명희 이석우 이재민 이재열 이지선 조진우 최정원 각 3만원 ▷권오영 권유진 김근영 김태천 문민성 박기영 서숙영 성민교 안현준 윤덕준 이경희 이해수 조혜란 천정창 최선태 허정 각 2만원 ▷최은서 1만5천원 ▷권오현 김경진 김균섭 김다영 김성진 김우진 김원옥 김종식 김태상 박건우 박미화 박인배 박태용 박홍선 변희광 안지은 양철관 우순화 우철규 유귀녀 이군세 이서영 이승민 이영수 이유록 이장호 이준수 이준우 이현민 전선수 정서원 정혜원 조영식 차정혜 최경철 허남덕 각 1만원 ▷류시배 윤인주 이순덕 조용인 조철제 각 5천원 ▷심금자 1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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