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의 중독성은 니코틴 성분 때문이다. 인체 유해 물질은 타르, 일산화탄소, 폴로늄, 카드뮴, 벤젠 등이 대표적이다. 탄소 10개, 수소 14개, 질소 2개로 이뤄진 니코틴은 다른 물질에 비해 인체 배출이 쉽고 덜 유독하다지만 나쁜 영향을 끼치기는 마찬가지다. 일부 의약용으로 쓰이지만 엄격한 규정에 따라 이뤄진다고 한다. 연기를 마시는 형태가 아니라 직접 섭취하면 담배 2개에 포함된 니코틴만으로도 치사량이다. 그런데 이런 니코틴을 따로 떼서 액상형 전자담배로 만들면 현행 국내법에선 규제할 방법이 없다.
담배사업법이 연초(煙草) 잎을 원료로 포함한 담배만 다루기 때문이다. 합성·유사(類似) 니코틴 담배는 법상 담배가 아니다. 천연 니코틴과 똑같은 화학식으로 제조한 합성(合成) 니코틴은 액상형 전자담배에 들어가면 규제 대상이 아니다.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고 청소년에게 팔아도 된다. 이 때문에 합성 니코틴이 어떤 형태로 얼마나 유통되는지 파악조차 안 되고,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도 모른다. 질병관리청이 지난 7월 청소년 5천여 명을 설문 조사했더니 액상형 전자담배로 흡연을 시작한 학생의 60% 이상이 연초 담배에 손을 댔다. 이런 가운데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BAT) 그룹이 오는 11월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규제가 없어 우리나라가 타깃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 니코틴 유사물질(유사 니코틴) 담배까지 유통되고 있다. 업체들은 무(無)니코틴으로 광고하는데, 니코틴과 화학구조가 비슷한 메틸니코틴 등을 사용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니코틴 대체물질이 천연 니코틴보다 심신에 미치는 영향이 강하고 중독성이 높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그런데 국내에선 이런 제품들이 의약외품인 흡연습관개선제로 둔갑(遁甲)해 판매된다. 실제 의약외품 지정을 받은 제품은 1개뿐이다. 식약처는 내년에 유사 니코틴의 중독성, 분석법 등에 대한 연구용역을 실시할 예정이다. 합성·유사 니코틴 문제는 담배세 부과 여부를 떠나 국민 건강과 직결된 중대 사안이다. 세금과 세율을 정하기에 앞서 유해성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서둘러 근거를 마련하고 필요하다면 법 개정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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