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22대 국회도 기업인 줄소환, ‘호통 국감’ 재연하나

7일 시작되는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주요 기업인들이 무더기로 소환된다. 국감에서 민간 기업인들을 무차별적으로 불러내는 행태가 이번 국회에서도 거듭되는 셈이다. 불안한 국제 정세(政勢), 고금리·고물가·고환율, 성장동력 약화로 나라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점에 무분별한 기업인 소환은 명분도 없고, 실익도 없다. 30년 국감 역사에서 바뀌지 않는 고질(痼疾)이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역대 최대인 증인 108명, 참고인 54명을 채택했다. KT 대표, 삼성물산 대표 등을 증인으로 결정했고 현대차 회장, 삼성전자 모바일경험사업부장(사장) 등을 참고인으로 부른다. 특히 현대차 회장 등을 참고인으로 부른 이유는 명확하지도 않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도 35명의 출석 명단을 확정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10대 그룹 총수들을 증인으로 세운다. 한·중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 피해를 지원하기 위한 기금인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의 출연(出捐) 실적이 낮다는 게 이유다. 이 기금은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런데도 그룹 총수까지 불러 따지려는 것은 '망신 주기'와 다름 없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체코 원전 저가 수주 의혹 규명(糾明) 차원에서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소환을 추진 중이다. 두산은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 정책으로 죽다가 살아난 기업이다. 야당이 기업을 돕지는 못할망정 무분별한 의혹으로 기업을 옥죄어서야 되겠는가.

국내 대기업의 상당수는 글로벌 기업이다. 그만큼 총수나 최고경영자는 해외 출장이 잦고 업무가 바쁘다. 이들을 국감에 부른 이유는 '현안과 관련 있다' '확인할 게 있다' 등이다. 대부분 긴박한 사안이 아니며, 국정과 관련된 일도 아니다. 묻지 마 식 기업인 소환은 기업 경영 활동 침해이며, 나라 경제의 손실이다. 더 큰 악습은 국감장에 나온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병풍 세우기' '질문만 하고 답변 자르기' '호통치기' 등이다. 국감의 이런 폐습(弊習)을 없애는 것이 정치 개혁, 민생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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