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대구경북 정신으로 통합 이뤄야

박영석 (사)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 회장
박영석 (사)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 회장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대구경북은 가장 먼저 일어섰다. 일제의 식민지 야욕을 분쇄하기 위한 국채보상운동이 그랬고, 자유당 독재정권에 맞서 분연히 일어난 2·28민주운동이 그랬다. 중앙집중과 저출생 인구 감소로 지방이 빈사 상태로 빠져들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먼저 나서 '통합'이란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도 대구시와 경상북도이다.

그러나 큰 주목을 받던 대구경북 통합 추진이 '사실상 무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불과 석 달 만에 예상치 못한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여러 이유와 사정이 있겠지만 통합 논의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 힘이 들더라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어렵고 힘들 때마다 용기 있게 가장 먼저 나서서 새 길을 찾고 헤쳐 나아가는 것이 대구경북의 정신이요 역사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는 지난 6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이 함께한 4자 회담 때의 정신으로 돌아가 통합을 꼭 이뤄내야 한다. 정부도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통합 지원을 중단하지 말아야 한다. 대구경북의 행정통합은 단순한 두 광역자치단체의 통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자치단체의 미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대구경북의 통합은 시도 통합 차원을 넘어 그동안 쌓여 왔던 우리나라 행정체계 전반에 대한 문제들의 대대적인 개편의 시작점이 될 수도 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은 갈수록 심각한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대구경북도 예외가 아니다. 모든 면에서 수도권에 비해 경쟁력을 잃어 가면서 지방민들의 삶은 하루가 다르게 위축되고 있다. 특히, 경상북도 시군의 경우는 급격한 출생률 저하로 인한 인구 감소가 심각한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대로 가면 머지않아 소멸 지역이 되고 말 것이란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부정적 관성에 빠져들면 희망은 없다. 대구경북 통합에 대해서도 '통합되면 문제가 해결되냐'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통합되더라도 모든 문제가 말끔히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고 걱정과 우려만 하고 있으면 한가닥 해결의 희망조차도 없다. 가만히 있으면 오늘의 여러 문제들이 더 심각해지고 나빠질 뿐이다. 이런 차원에서도 시도 통합은 큰 희망이며 대안이며 새로운 돌파구임이 분명하다.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그동안 대구경북특별시로의 통합을 위한 준비 작업을 통해 많은 것들을 합의했다. 8월 말까지 합의하지 못한 것은 대구경북특별시의 청사를 두 군데로 할 것인가 세 군데로 할 것인가와 시군 권한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하는 것들이었다. 이러한 문제들은 대구경북의 통합을 가로막을 본질적 문제가 아니다. 대구경북 통합의 목적과 당위성은 위기에 처한 지방 살리기이다. 인구 감소와 전방위적 경쟁력 저하 등 당면한 지역의 문제를 함께 극복, 우리나라 제2 도시로의 부활이었다.

통합 논의 과정에서 비롯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은 대화와 설득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다. 통합 과정에서 생겨나는 여러 가지 갈등 역시 대구경북의 미래와 500만 대구경북민들을 생각하면서 극복해 나가야 한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한 뿌리 대구경북 통합의 꿈은 영영 사라질지도 모른다.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가장 먼저 나서서 나라를 지킨 호국의 땅이며 민주화와 근대화, 산업화를 이끈 자랑스러운 고장이 바로 대구경북이다. 대구경북 정신으로 통합을 이뤄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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