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생 수 줄어드는데 교육교부금 해마다 증가…"예산 사용처 늘려야"

2028년 교부금 88조7천억원…올해보다 28.8% ↑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의무지출도 재정 운용에 발목
고등·평생교육, 직업교육 등 타 분야 사용처 늘려야

지난 26일 대구 수성스퀘어에서 열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이 논의됐다.
지난 26일 대구 수성스퀘어에서 열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이 논의됐다.

교육 예산이 언급될 때면 십수 년째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제가 하나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개편 이야기다. 교육교부금은 각 시도교육청이 교육시설 등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국가가 나눠주는 교부금이다. 주요 재원은 내국세 총액의 20.79%와 국세인 교육세로 구성된다. 특히 내국세와 연동된 교부금 산정방식은 인구가 증가하던 1972년에 도입돼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저출생 여파로 학령인구 수는 감소하는데 교육 재정은 계속 늘어나는 탓에 교육교부금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학생 수 줄어드는데 예산은 증가

교육교부금은 내국세와 연동된 산정 방식으로 세수 증감에 따라 비례하는 구조다. 세수가 증가하면 교육교부금도 덩달아 늘고 세수가 감소하면 교육교부금도 줄어든다. 경제 성장으로 세수가 늘면서 교육교부금도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해 왔다.

교육부에 따르면, 2000년 22조4천억원 수준이던 교육교부금은 2010년 32조3천억원, 2020년 53조5천억원 등 계속해서 증가해 왔다. 2022년에는 코로나 회복을 위한 정부의 확장 재정정책으로 세수가 많이 걷혀 81조3천억원까지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다시 65조3천억원으로 내려왔으나 올해도 전년보다 소폭 늘며 68조9천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반해 저출생 영향으로 학령인구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전체 초·중·고 학생 수는 2000년 795만1천998명에서 2010년 723만6천248명, 2020년 534만6천874명으로 20년 새 260만5천124명(32.6%)이나 줄어 들었다.

재정 당국은 2028년에는 교육교부금이 올해보다 28.8% 늘어난 88조7천억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평균 5조원씩, 4년간 20조원이 불어나는 것이다. 이 기간 초·중·고 학생은 524만8천명에서 456만2천명으로 13.1%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반영하면 학생 1인당 교육교부금은 올해 1천310만원에서 2028년 1천940만원으로 48.1%(630만원) 급증하게 된다.

◆의무지출 국가재정 운용에 발목

국가 재정여건 확보 차원에서 기계적으로 불어나는 '의무지출'에 대한 전면 재검토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의무지출은 교육교부금이나 연금처럼 법률로 정해져 있어 정부가 임의로 줄일 수 없는 지출을 뜻한다.

지난 8월 정부가 공개한 2024~2028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예산안 총지출 규모는 전년대비 20조8천억원(3.2%) 늘어난 677조4천억원이다. 이중 의무지출은 5.2% 증가한 365조 6천억 원까지 확대돼 재량지출(0.8%)보다 증가 폭이 가팔랐다. 의무지출은 올해부터 2028년까지 연평균 5.7%씩 늘어나 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2.9%에서 57.3%로 확대된다.

특히 교육교부금의 증가 폭은 다른 의무지출 분야와 비교해도 높은 증가세를 보인다.

교육교부금은 올해 68조9천억원에서 2028년 88조7천억원으로 19조8천139억원(28.8%) 증가하게 된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으로 사용되는 지방교부세도 66조7천억원에서 81조4천억원으로 14조7천억원(22.0%)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복지예산 및 지방이전재원을 모두 아우르는 의무지출은 347조4천억원에서 433조1천억원으로 85조7천억원(24.7%)까지 불어난다.

경직성 예산인 의무지출 비중이 늘어난다는 것은 재정을 통한 경기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도 갖는다. 정부가 예산 증가율을 최소화하면서 재량지출을 구조조정하는 현재 방향으로 건전재정을 구축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교육교부금을 포함한 의무지출까지 구조조정해 재량지출 여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가 재정운용의 실패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며 "부처별·부문별 재정 칸막이를 허물고 공동체를 위해 필요한 부분에 예산을 배분하는 거시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고등교육 등 타 분야 사용처 늘려야

교육계에서는 2년 연속 세수 결손으로 교육 예산이 대폭 삭감된 현 상황에서 교육교부금을 축소하면 교육의 질이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학생 수는 줄어도 교원·학교·학급 수는 여전하기 때문에 인건비, 시설비 등 고정 경비가 여전히 높다는 주장이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2022년에 세수가 많이 걷혀 늘어난 교육교부금을 기금으로 적립해 둔 상황"이라며 "작년부터 세수 부족으로 예산이 감소해 기금에서 꺼내 메우고 있다. 이대로라면 2026년쯤 기금이 모두 고갈될 것"이라고 했다.

김도형 전교조 대구지부장은 "늘봄학교, 유보통합, AI 디지털교과서 등 교육 예산이 추가로 투입될 신규 수요가 산적해 있다"며 "기존 교육 활동에 들어갈 재정이 축소되면 교육의 질이 떨어져 결국 학생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교육교부금을 축소하기보다는 사용처를 확장해 재정 효율화를 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나원준 경북대 경제학부 교수는 "저출산·고령화, 4차 산업혁명 등 우리 사회의 대전환을 준비하기 위해 안정적 예산이 필요하다"며 "고등·평생교육, 직업교육 등으로 교육교부금 사용처를 확대하면 고용보험 기금 등 정부의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교육재정 전문가 이혜진 이화여대 연구교수는 "우리나라 성장의 유일한 수단은 인적 자원이기 때문에 교육 재정 축소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교육교부금이나 국세 교육세로 확보되는 예산을 고등교육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국가 정책 사업에 교육청이 재원을 함께 부담하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국고를 일정하게 지원하는 등 사업에 책임을 지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며 "중앙과 지방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지속가능한 재정 구조를 논의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시도교육청들이 유치원·초·중·고 교육에 사용하는 예산으로, 내국세 20.79%와 국세인 교육세 일부로 조성된다. 교육부는 교부금을 학생 수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교육청별로 나눠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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