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하룻밤 사이 서늘해진 바람과 함께 가을이 시작됐다. 내리쬐는 뜨거운 열기에 지쳐가던 여름 뒤에 찾아오는 가을의 선선함은 우리를 야외로 이끈다. 바깥 활동을 하기 가장 좋은 계절, 가을과 함께 지난 9월 2024 달성 대구현대미술제 '그래도, 낭만'이 개막했다.
달성 현대미술제의 원초는 1974년 시작된 '대구현대미술제'에 있다. 1974년부터 시작된 대구현대미술제는 당시 청년작가들의 지휘 아래 미술작품을 설치하기 까다로운 야외공간에 설치작품과 미디어아트, 퍼포먼스 등 다양한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형식으로 진행됐으며 이것이 대한민국 최초의 현대미술제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가진다.
대구현대미술제의 역사를 이어받은 달성 대구현대미술제는 2012년부터 강정보에서 다시 시작됐다. 한국 현대미술 역사에서 중요한 순간이 된 대구현대미술제의 정신을 계승하고 1970년대 전국 최초의 현대미술제가 열렸던 바로 그 장소에서 행사를 진행함으로써 대구 미술의 역사를 공고히 다지는 의미 있는 행사다.
1974년 첫 개최 이후 50번째 개최를 맞은 이번 2024년도 달성 현대미술제의 타이틀은 '그래도, 낭만 Against all odds'이다. 강효연 예술감독은 "이번 전시는 인간사 너머에 영원함이 있을 거라고 믿는 종교적인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생성과 소멸의 이치를 알고 있으면서도 불멸과 영원을 갈망하는 욕망과 바람의 형태들을 드러내고자 한다. …전시의 키워드가 될 '낭만'은 불멸과 영원이라는 불가능한 지점을 설정하고 어떤 역경에도 불구하고 살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와 태도의 표현이다"라는 전시 글을 통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낭만을 실천하는 예술가들의 도전적인 태도를 주목하는 전시를 만들 것임을 공표했다.
이번 전시는 본 전시 출품 작가 29인, 달성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 달천예술창작공간의 입주 작가 6인, 그리고 청년작가 공모 선정 작가 5인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올해 특히 눈여겨볼 점은 기존의 달성 현대미술제에 존재하지 않았던 '청년작가 공모'가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지난 7월 9일 달성문화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공고됐던 2024 달성 대구현대미술제 연계프로그램 청년작가 전시 공모는 대상 1명, 최우수상 1명, 우수상 3명으로 총 5명의 만 39세 이하 청년작가를 선정해 현대미술제에 참가시키는 프로그램이다. 대상 상금 1천만원, 최우수상 상금 700만원, 우수상 상금 500만원이라는 상금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구에 존재하는 전시 공간들의 특성상 대규모 야외 설치작업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드물다는 점과, 야외 설치작품을 준비하는데 필요한 현실적인 다양한 문제들을 맞닥뜨려볼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를 청년작가에게 제공한다는 점이다.
2024년도 달성 현대미술제에서 처음 시작된 청년작가 공모 프로그램이 명확한 프로그램명을 가지고 달성 현대미술제의 일부로 자리하며 더 체계적인 과정을 통해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길 바란다. 1970년대 청년예술가들이 힘을 모아 전위적인 예술적 태도로 한국의 첫 번째 현대미술제를 강정에서 만들었던 것처럼, 대구에서 매해 진행되는 자랑스러운 예술 행사인 달성 현대미술제가 예술 감독의 의도를 담은 본 전시 작가뿐 아니라 청년 작가들의 시너지와 더불어 서툴지라도 그들이 가지는 특유의 전위적인 예술적 태도와 성장 가능성으로 미래를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말이다. 기분 좋은 바람이 자꾸만 바깥으로 발걸음을 이끄는 요즘, 10월 6일까지 진행되는 2024년도 달성 현대미술제 '그래도, 낭만 Against all odds'과 함께 이 계절의 여유를 꼭 즐겨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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