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발생 77일 만에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된 경북 봉화 '살충제 음독 사건'이 8년 전 청송에서 발생한 '농약 소주 사건'과 판박이 모습을 보였다. 농촌사회 특성상 주민 전체가 피해자로 남아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여겨진다.
경찰에 따르면 2016년 3월 청송군 현동면 마을회관에서 주민 2명이 농약이 든 소주를 나눠 마셨다. 1명이 숨지고 1명은 중태에 빠졌다.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70대 남성은 사건 발생 약 3주 뒤 자신의 축사 옆에서 농약을 음독하고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이 남성은 경찰의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앞두고 있었다.
경찰은 사건 발생 75일째인 5월25일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하면서 "주민들 간 불화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올해 7월 15일 봉화에서 발생한 살충제 음독 사건의 유력한 피의자인 80대 여성 A씨 역시 경찰 수사 과정에서 숨졌다. 사건 발생 나흘째 안동병원으로 이송된 A씨의 위세척액에서는 피해자 4명에게서 검출된 살충제 성분이 나왔다. A씨는 병원 이송 12일 뒤인 7월30일 오전 사망했다.
농약 소주 사건과 이번 사건의 전담 수사에 모두 참여한 경찰 관계자는 1일 매일신문과의 통화에서 "두 사건은 유사한 구석이 너무 많다. 사실상 같은 사건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라며 "경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데까지 각각 75일, 77일이 걸렸고 두 사건 모두 전담수사팀이 꾸려졌다. 경로당 내 갈등으로 인해 사건이 벌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데다, 유력한 피의자가 사망하면서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된 것도 똑같다"고 했다.
또 "피의자들이 사망해 정확한 범행 동기를 밝혀내지 못했지만, 두 사건 경로당 회원들이 '화투 놀이' 때문에 갈등이 생겼다고 진술한 점도 똑같다"고 했다.
수사 결과뿐 아니라 수사 과정도 상당히 유사했다. 어르신이 많고 사건 해결에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는 CCTV 영상 등이 부족한 농촌 지역 특성상 전담팀이 직접 발로 뛸 수밖에 없었다.
어르신들의 특성상 진술(기억)이 구체적이거나 완전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수집한 진술들을 구체화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확보한 진술·증거와 피해자의 몸에서 검출된 농약(살충제) 성분의 동위원소비를 분석해 사건의 인과관계를 밝혀낸 점도 똑같았다.
앞서 청송 사건 종결 이후 대구지검 의성지청과 범죄피해자지원센터 등 유관기관은 마을 치유 프로그램 진행 등 무너진 공동체 신뢰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 복날 살충제 음독 사건 전담 수사팀도 피해자와 가족에 대한 치료비·심리 상담 지원과 트라우마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이후 경로당을 찾는 회원들의 발길이 뚝 끊기는 등 주민들의 불신이 생겨 몹시 안타깝다. 농촌 지역에서 발생하는 농약 사건은 대부분 주민 간 갈등이 원인"이라며 "이 같은 사건이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어르신들이 건전한 여가를 보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유사 사건에 대비한 법·제도적 뒷받침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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