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가가 저지른 범죄에 시효란 없다”…‘대구시월’ 78주기 합동위령제

국가권력 의한 민간인 대규모 희생…지역 현대사 최고 비극
유족, 진상규명 지속 위해 진실화해위 활동 연장 등 요구

1일 오전
1일 오전 '10월 항쟁 78주기·한국전쟁전후 민간인 희생자 74주기 합동위령제'가 가창면 위령탑 앞에서 열린 가운데, 유족들이 위령탑 제단에 헌화하고 있다. 남정운 기자

"아버지의 '아'자도 못 꺼냈던 우리가 이제야 마음 놓고서 불러봅니다. 아버지…아버지…아버지…"

백발의 노인들이 눈물을 참고 아버지를 삼창하자, 그 소리가 가창골 전역에 부딪혀 흩어졌다. 그날로부터 78년이 지났지만, 유족들은 여전히 비통한 표정으로 위령비에 국화꽃을 얹었다.

대구 '10월 항쟁' 78주년을 기리는 합동 위령제가 1일 오전 달성군 가창면 '10월 항쟁-한국전쟁전후 민간인 희생자 위령탑' 앞에서 열렸다. 이날 유족들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활동의 연속성 보장과 국가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 배제 등을 요구했다.

지난 2009년 진실화해위 결정에 따르면 대구 10월 항쟁은 광복 후 최초의 민중항쟁으로, 수많은 민간인 희생을 낳은 대구경북 현대사의 최대 비극 중 하나다.

지난 1946년 미군정의 친일 관리 고용, 강압적 식량 공출 등이 촉발한 주민봉기가 경북과 전국으로 넘어가며 대규모 시위로 발전했다. 미군정은 이를 진압하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하고 관련자 7천500여명을 검거, 30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정부는 이후 한국전쟁 시기까지 군경을 동원해 적법절차 없이 관련된 사람들을 사살했고, 이후로도 사찰 등을 펼쳤다. 위령탑이 설치된 가창골은 당시 민간인 희생자가 가장 많이 나온 지역이다. 10월항쟁유족회는 매년 이곳에서 합동위령제를 열고 있다.

이날 위령제는 종교의례, 오구굿, 시월노래단 공연, 전통제례 등의 식전행사와 추도사, 추도시 낭독, 헌화 분향 등의 합동추모제 순으로 진행됐다. 유족들은 추도사에서 여전히 진상조사가 필요한 사안이 많이 남았다며, 국가가 진상조사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채영희 유족회장은 "짐승처럼 끌려가 재판 절차도 없이 짐승처럼 죽어 산짐승의 밥이 된 우리 아버지들을 기억해야 하는데, 유족들이 떠나가시는 속도엔 가속이 붙고 있다"고 말했다. 김복영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희생자 전국유족회장은 "국가가 저지른 범죄에 소멸시효란 있을 수 없다. 진실화해위 활동 연장과 소멸시효 배제 등에 관한 법이 꼭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족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항쟁 및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유족 100여 명 중 절반가량이 진실화해위로부터 '진실규명' 결정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나머지 사안의 결정이 지연되면서 유족들은 약 7개월 앞으로 다가온 조사 기간 만료 시점을 우려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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