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대의 창] 사악함의 생존 방식

이종철 전 고려대 외래교수

이종철 전 고려대 외래교수
이종철 전 고려대 외래교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재판 중에서 선거법 위반 건과 위증 교사 건이 결심 공판을 하고, 11월 15일과 25일 판결이 이뤄진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까? 이재명 대표는 그동안 법적인 문제로 수사와 재판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그때마다 번번이 기사회생했다. 어떤 때는 상대의 약점을 기가 막히게 이용해 족쇄를 풀었다. 대표적인 게 '혜경궁 김씨' 사건이다.

2018년 지방선거 때 이재명 예비후보와 경선을 했던 전해철 의원은 '혜경궁 김씨'란 계정의 트위터 이용자를 자신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혜경궁 김씨'가 더 문제가 된 것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씨 특혜 채용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한 점이었다.

전해철 의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 아주 패륜적인 내용이 계속 있어서 고발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한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은 '혜경궁 김씨' 계정 이용자가 이재명 대표의 아내 김혜경 씨라고 확신에 가까운 의심을 하고 있었다. 사실이라면 이재명 대표는 정치적으로 매장이 되는 상황이었다.

이때 이재명 대표는 자신의 SNS에 글을 올린다. "제 아내를 고발한 측은 1)아내가 트위터 계정주이고 2)그 트위터로 특혜 취업 의혹 글을 썼으며 3)그 글이 죄(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가 된다고 주장합니다"라며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여부를 가리려면 문준용 씨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한 허위 여부를 법적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다고 슬그머니 던진다.

결국 '혜경궁 김씨' 사건의 당사자인 김혜경 씨는 불기소된다. 당시 경찰은 김혜경 씨와 '혜경궁 김씨'를 동일인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그런데 이를 검찰이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는 문준용 씨에 대한 조사를 해야 하는 부담을 안겨줌으로써 결국 '혜경궁 김씨'에 대한 조사도 더 이상 할 수 없게 했다는 것이 평론가들의 진단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경선 당시 정적(正嫡)이었던 이재명 대표를 제거하려다 '내가 당하겠구나' 싶어 얼른 꼬리를 내렸다는 것이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이때를 회상하며 이 같은 방식이 "이 대표의 생존 방식"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하여 '혜경궁 김씨' 의혹은 막아냈으나 이 대표 본인은 직권남용과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로 기소된다. 이 대표는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아 도지사를 상실할 위기에 처했지만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되어 살아남는다.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 하에서 권순일 대법관의 주도로 이루어졌다는 이 파기 환송 건으로 인해 권 전 대법관은 김만배 화천대유 대표를 매개로 한 '이재명 재판 거래 의혹'의 당사자로 조사를 받고 있다.

9월 30일 결심 공판을 한 위증교사죄는 바로 이 당시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친형 강제입원·검사 사칭·대장동 개발 관련)와 관련된다. 이 대표는 '검사 사칭' 유죄 판결 전력에 대해 가담 사실을 부인하고 누명을 썼다고 말한다. 이것이 허위 사실이라는 것인데 이때 증인에게 위증을 교사해 결정적인 이 부분 무죄를 받아낸다.

2023년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 제출한 '이재명 체포 동의안'을 보면, 이 대표의 압박에 못 이겨 위증을 한 김진성 씨는 "위증에 대한 부담으로 당초 재판 기일에 불출석까지 하였다가, 현직 도지사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고, 거절할 경우 김인섭으로부터 백현동 사업 알선 대가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한 나머지 마침내 이 지사가 요구하는 내용대로 재판에서 위증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혜경궁 김씨 사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약점을 콱 물어서 목적을 달성했다면, 김진성 씨가 인허가 알선에 관여하고 있던 약한 지점을 도지사의 우월적 지위로 파고든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백현동 비리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가) 몰랐다고 하면 무능이고, 알고도 그렇게 했다면 아주 사악한 것"이라고 말했다. 허위 사실로 국민을 속이고 사악함으로 법의 심판도 막아낸 이 대표는 계속 성공할 수 있을까? 허위 사실 공표, 위증 교사, 법관 매수까지라면 영화에서나 볼 완벽한 한 세트가 아닌가. 사악함의 생존 방식이란 보통 사람들은 꿈도 꿀 수 없을 만큼 무시무시하다. 보통 사람은 생각한다. 법은 왜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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