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헤즈볼라의 향방

김병구 논설위원
김병구 논설위원

중동의 반(反)이스라엘 무장단체 중 최강 정파(政派) 헤즈볼라.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공습, 헤즈볼라 수장(首長) 하산 나스랄라(64)를 사살하면서 헤즈볼라와 중동의 향방(向方)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헤즈볼라는 1982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축출(逐出)하겠다며 레바논에 침공하자, 여기에 반발한 무슬림(이슬람교도) 시아파 민병대를 중심으로 결성됐다. 헤즈볼라는 이란의 지원을 업고 미 대사관 차량 테러, 대(對)이스라엘 무장투쟁 등을 벌이며 세력을 키워 나갔다. 레바논을 거점으로 한 헤즈볼라는 시아파가 집권한 이란, 시리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시리아엔 주둔(駐屯)까지 하고 있다. 헤즈볼라는 현재 중동에서 최강 전력을 갖춘 군사 집단이자, 레바논 의회(총 128석)에서 14석을 차지한 제도권 정당이기도 하다.

이번에 폭사(爆死)한 나스랄라는 15세에 정치·군사 조직으로 시아파 정당이자 민병대였던 '아말(희망)'에 가입하며 정치에 투신(投身)한 뒤 헤즈볼라 창설에 참여했다. 1992년 헤즈볼라 지도자(사무총장) 아바스 알무사위가 이스라엘 헬기 공습으로 사망하자 뒤를 이어 3대 사무총장에 임명돼 32년간 조직을 이끌었다. 그가 이끈 헤즈볼라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이라크와 예멘 민병대 등에 군사훈련을 지원하면서 이란이 중동에서 이끄는 비공식적 정치·군사동맹인 '저항의 축'의 핵심 조직으로 부상(浮上)했다.

나스랄라가 사망하면서 당분간 헤즈볼라 수장은 나임 카심 사무부총장이 대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장인 사무총장엔 카심 부총장과 함께 나스랄라와 사촌지간인 하셈 사피 알딘 집행위원회 의장이 거론되고 있다. 헤즈볼라는 조만간 차기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회의를 소집할 것으로 보인다. 헤즈볼라는 의사 결정 기구인 슈라위원회를 기반으로, 1인자인 사무총장과 2인자인 사무부총장 등 집단 지도 체제 성격을 지녀 수장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조직이 쉽게 허물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외 강경 정책과 부패 혐의 등으로 퇴진 요구에 직면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탈출구로 확전(擴戰)을 불사(不辭)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이란 간 지상전 등 중동의 화약고 폭발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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