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민의힘, 대통령과 잦은 갈등 연출 국정에 도움 되나

국민의힘 친한(친한동훈)계 인사들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 국회 재표결을 앞두고 김건희 여사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독대(獨對)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고, 독대를 재요청했지만 대통령실은 응답을 않고 있다. 그런가 하면 대통령실이 추경호 원내대표를 포함해 윤 대통령, 한 대표 3자 회동을 제안했지만 한 대표가 거절했다.

한 대표가 대통령과 독대를 요청하고, 친한계 인사들이 김 여사의 직접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당면 문제를 해결하려는 선의(善意)일 것이다. 하지만 사과로 문제를 다소라도 해소할 수 있을지(야권 공세를 꺾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아마도 야권은 사과를 빌미로 '본인도 인정했다'며 김 여사를 더욱 궁지로 몰 가능성이 높다.

야권은 김 여사를 윤 대통령의 '약한 고리'로 인식하고 집중 공략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여당 대표가 김 여사 문제를 포함한 논의로 독대를 공개적으로 요청, 재요청하고, 친한계 인사들이 김 여사의 직접 사과를 요구하면서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는 모양새를 보이는 것은 윤 정부나 국민의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18세 이상 2천5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9월 4주 차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25.8%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更新)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국민의힘 지지율 역시 29.9%로 떨어졌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의 '빈손 만찬' '독대 요구와 거절' 등이 반영된 결과다.

국민의힘은 내부 문제(독대, 김건희 여사 사과 문제 등)를 물밑에서 조율해야 한다. 타협이 안 되면 묻어 두는 편이 낫다. 반면 외부 문제(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재판, 문재인 전 대통령 의혹, 전남 영광과 곡성군수 재선거를 앞두고 벌이는 야권의 돈 살포 공약 등)를 갖고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여당이 정부와 갈등을 빚으면 정부·여당 지지율은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선의에 따른 갈등(葛藤)이라고 하더라도, 전략적으로 대단히 미숙(未熟)한 접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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