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꽃 사라진 포항 ‘불의 정원’…재점화 고심

천연가스 분출로 약 7년간 발화된 불꽃 점화됐으나 자연 소화
'가스 매장량 아직 남아 있어' 포항시 불의 정원 정체성 이어나갈 것

포항 철길숲 내에 설치된 불의 정원. 2017년 천연가스 분출로 시작된 이곳의 불꽃이 7년 6개월여만에 꺼져 있다. 포항시 제공
포항 철길숲 내에 설치된 불의 정원. 2017년 천연가스 분출로 시작된 이곳의 불꽃이 7년 6개월여만에 꺼져 있다. 포항시 제공

경북 포항시 철길숲의 대표 명소였던 '불의 정원'의 불꽃이 7년 6개월 20일만인 지난달 27일 꺼졌다.

불의 정원은 지난 2017년 3월 8일 폐철도부지에 도시숲을 조성하던 과정에서 천연가스가 발견되며 꾸며진 곳이다.

당시 하수 관정 굴착 작업 중 지하 약 200m 지점에서 천연가스가 분출하며 불꽃이 발화됐다.

2017년 9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및 석유가스연구센터의 '포항철길숲 천연가스층 조사 연구' 용역 결과 불의 정원 하부 사암층에 약 2만2천113t의 메탄가스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쉽게도 50만 포항시민이 1개월 가량을 사용하면 없어질 적은 양인 탓에 개발 경제성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첫 발화 당시 포항시와 포항남부소방서, 한국가스안전공사 등은 진화를 시도했지만, 이후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자연적으로 소화시키는 것이 안전성이나 효율성 측면에서 가장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오히려 포항시는 해당 불꽃을 새로운 볼거리로 활용하기로 하면서 지금의 불의 정원이 탄생했다.

이를 위해 불꽃을 중심으로 굴착기와 현장을 보존하고 주변에 높이 2m의 방화 유리를 설치하고, 가스분출 과정을 담은 안내판과 야간 경관조명을 설치해 특색있는 공간을 연출했다.

불의 정원의 천연가스는 당초 용역결과 약 5~10년간 분출되다 소멸할 것으로 추정됐다.

원래 그다지 양이 많지 않은 탓에 지난 2021년 1월 이후부터는 기온이 떨어지자 간헐적으로 불꽃이 꺼지는 일이 발생했고, 포항시는 불꽃이 사라지면 자동으로 점화시키는 장치를 설치하기도 했다.

불꽃은 사라졌지만, 아직 불의 정원 하부에 천연가스가 모두 소진된 것은 아니다. 지금도 불의 정원 인근에 가면 미약하나마 공기 중에서 비릿한 메탄가스 냄새를 맡을 수 있다.

포항시에 따르면 자연 분출되는 양이 크게 줄어들면서 가스가 공기 중에 흩어져 불꽃을 유지할만큼의 순도를 유지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포항시는 오랜 시간 랜드마크가 되어준 불꽃이 꺼진 것을 아쉬워하는 시민들을 위해 잔여 가스 분출 추이를 지켜보는 한편, 가스가 모두 소진되고 난 이후 불의 정원에 대한 다양한 대체 활용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현재 직경 25㎝ 크기의 구멍을 좁혀 자연 분출되는 가스의 순도를 높이거나 추가로 가스를 공급하는 등의 방식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아직도 극소량의 가스가 배출되고 있어 잔여 매장량이 있다는 판단 아래 상황을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면서 "불의 정원은 제철산업으로 대표되는 포항의 정체성과 지금의 동해심해 가스전 프로젝트 등 자원 부국으로의 희망이 담겨진 상징이다. 향후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다양한 형태로 불꽃을 표현하는 방법을 고려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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