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k the Unthinkable'(생각할 수도 없는 것을 생각하라)은 2002년 영국 방송 코미디 부문에서 실버소니상을 수상한 BBC 라디오4의 시트콤 제목으로 유명해졌지만, 안보 분야에서는 중요한 경구이다. 새 밀레니엄이 열리던 2001년 미국이 피랍된 항공기에 의해 세계무역센터와 국방부 청사가 폭파당하는 9·11테러를 당하리라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지난해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쳐 전쟁이 일어나리라곤 상상이나 해 봤는가.
지난 9월 13일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이 핵무기 연구소와 핵물질 생산기지를 방문했다며 원심분리기 사이에 있는 김정은 사진을 보도했다. 북한이 운용해 온 IRT-2000과 5메가와트 연구로는 2017년 이후 가동을 멈춘 것으로 확인된다. 북한은 이 연구로를 이용해 사기를 치려고 했었다. 2019년 하노이에서 트럼프를 만난 김정은이 (미국의 지원을 받아) 이 연구로를 해체하게 되는 것을 '핵 폐기'의 자료로 제시했다가, 트럼프로부터 '그것 말고 이것 등등을 없애라'는 지적을 받으며 노딜을 당했다.
가동수명 때문이라도 이 연구로의 폐로는 예정돼 있었으니 이 연구로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가 끝나면 북한은 더 이상 핵무기를 생산할 수가 없게 된다. 이 때문에 일찌감치 우라늄 농축으로 눈을 돌렸다. 북한의 평산에는 질 좋은 우라늄 광산이 있다. 우라늄 원광에서 핵분열을 하는 우라늄 235는 0.7%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핵분열을 못 하는 238인데, 238이 235보다 무겁다. 따라서 원광을 원심분리기에 넣어 고속으로 돌리면 무거운 238이 날아가 235의 농도가 높아지는데, 이것이 바로 '농축'이다. 경수로용 핵연료의 235 농축도는 5% 내외이지만, 연구로용 핵연료는 30%대, 원폭은 90%대여야 한다. 자동차 엔진의 rpm(분당 회전수)은 아주 빨라야 5천이지만 농축용 원심분리기는 7만이 넘어야 한다.
이러한 초고속은 품질 좋은 전기가 있어야 얻을 수 있다. 우라늄 238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강한 원심력을 견디는 원심분리기를 만드는 것도 쉽지 않다. 인도와 대립해 온 파키스탄이 20여 년간의 노력으로 원심분리기를 제작해 농축 우라늄으로 원폭을 만들었다(1998년). 한미 정보기관은 그 무렵 북한이 파키스탄에 노동 미사일 기술을 주고 원심분리기 기술을 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밤에 한반도를 찍은 위성사진을 보면 대한민국은 전역이 반짝이지만 북한은 평양에서만 작은 불빛이 나온다. 북한은 노동당 중앙청사와 인민군 지휘부 등이 있는 평양 중심부에만 제대로 전기를 공급한다. 이 때문에 전기 사정이 나쁜 북한이 '원심분리기를 돌릴 수 있겠나'란 의심이 있었는데 해냈다.
2010년 북한은 미국의 원자력 연구소인 로스앨러모스 출신의 헤커 박사를 불러 영변에 있는 원심분리기 시설을 보여줬다(그러나 사진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리고 2013년 2월 3차 핵실험을 했는데, 정보기관은 이를 농축 우라늄탄으로 한 것으로 판단했다.
수폭은 먼저 터진 원폭의 에너지로 수소를 융합해 더 큰 에너지를 내는 폭탄이다. 이 때문에 뇌관 역할을 하는 원폭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어야 제대로 제조한다. 2016년 1월(4차)과 9월(5차) 어설픈 수폭 시험을 한 북한은 2017년 9월(6차) 완전 성공을 밝히고, 수소폭탄 탄두 모형 앞에 있는 김정은 사진을 공개했다.
핵무기 시설은 유사시 첫 번째 타격 대상이 되기에 핵보유국은 공개하지 않는데, 9월 13일 노동신문은 원심분리기 사이에 있는 김정은 사진을 보도했다. 항시 김정은 동선을 추적하고 북한에서 고품질의 전기가 대량 공급되는 곳을 알고 있는 한미 정보기관에 1번으로 타격해야 할 대상을 알려 주는 짓을 한 것이다.
북한도 이를 알 터인데 공개한 것은, 다른 노림수 때문일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9월 19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통일 포기 주장을 했다. 김정은의 남북 양 국가론과 궤를 같이한 것이다. 북한은 '생각할 수도 없는 심리전'을 한다는 것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노동신문의 원심분리기 사진은 주사파를 준동시켜 대한민국을 분열시키려고 가짜를 찍은 것일 수도 있다.
우리도 'Think the Unthinkable'을 해야 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과학자가 사용하는 휴대전화가 터져 나가고 북한 농축 시설로 들어가는 전선에 이상 전류가 흘러 농축 공장이 마비되는 공작을, 적잖은 정보비를 쓰는 국정원은 왜 못 하는지 따져 보아야 하는 것이다. 김씨 정권 와해와 통일은 전쟁이 아니라 공작으로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을 김정은 제거의 기회로 삼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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