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도체 활황 찾아왔는데 삼성전자 위기설…기술의 삼성, 빅테크 하이테크 기술에서 소외?

해외 사업장 인력 축소설…주가 장중 한때 '5만전자'

지난달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지난달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4'의 삼성전자 전시관에서 '비스포크 AI 콤보' 올인원 세탁건조기를 살펴보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국내 수출 실적을 반도체가 견인하면서 '반도체 겨울론' 우려를 불식시켰지만 삼성전자는 위기설에 휩싸였다. 해외 사업장의 인력 감축 보도가 잇따라 나오는 것은 물론 인공지능 성장으로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비롯한 반도체 사업 경쟁력에 대한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 결단력 있는 메시지를 내놔야 한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인원 감축설…반도체 사업 지지부진

지난달 말부터 외신은 앞다퉈 삼성전자가 위기에 봉착했다고 진단했다. 로이터는 지난달 소식통을 인용하며 삼성전자 본사가 전 세계 자회사에 영업·마케팅 직원을 약 15%, 행정 직원을 최대 30% 줄이도록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1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글로벌 인력 감축 계획의 일환으로 동남아시아, 호주, 뉴질랜드에서 전체 해외 인력의 약 10%에 달하는 수준을 해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삼성전자는 "일부 해외 법인에서 운영 효율성을 개선하고자 일상적인 인력 조정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인력 감축에 대해 계획된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최근 삼성전자의 위기설이 거듭 거론되는 분위기다. 그동안 삼성전자를 이끌어왔던 반도체와 가전 분야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반도체 사업은 지난해 사상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 반면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성장에 힘입어 HBM의 기술을 끌어올리며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을 확대하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서도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와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와의 갈등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점도 삼성전자의 위기를 키우고 있다. 방사선 안전 관리 부실로 지난 5월 기흥사업장에서 노동자 2명이 방사선에 피폭되는 사고가 발생하고, 인도법인 가전공장의 직원 약 600명이 불법 시위를 벌인 혐의로 경찰에 구금되기도 했다.

◆주가도 출렁, 한때 '5만전자'

삼성전자의 위기설에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동참했다. 맥쿼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12만5천원에서 6만4천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투자의견은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했다. 지난달에는 모건 스탠리가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으며 '반도체 겨울론'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다행히 지난달 반도체가 136억달러 수출을 기록하며 전체 수출 실적을 견인하자 모건 스탠리의 '반도체 겨울론'을 불식시킬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대표적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 주가는 맥을 못추고 있다.

2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200원 하락한 6만1천300원으로 거래 마감했다. 특히 이날 장 초반 5만9천900원까지 떨어지면서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는 '6만 전자'가 깨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감돌았다. 삼성전자 주가가 6만원 밑으로 내려간 것은 1년 7개월 만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기술 중심 기업으로 다시 도약해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AI로 앞서나간 엔비디아를 뒤늦게 쫓고 있는 인텔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메모리 초격차를 확보하기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5만전자가 됐다는 것은 6개월 뒤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으로 경제에도 큰 위기가 올 수 있다"면서 "우물쭈물하기보다 미래를 내다보고 장기적 관점의 혁신이 필요한 때다"고 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오는 8일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는 초기 14조원의 영업이익을 예상했지만 점차 하향 조정하면서 약 10조원대로 전망하고 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