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란-이스라엘 전면전 전운…이스라엘 재보복 나서나

이란, 저울질 끝 탄도미사일 200발 발사
네타냐후 "큰 실수, 대가 치를 것" 재보복 예고

2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파괴된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지역 건물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파괴된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지역 건물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이란이 결국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했다. 이스라엘은 재보복을 시사하면서 중동의 오랜 앙숙 간 전면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으며 국민 철수를 위해 군 수송기를 동원하기로 했다.

◆미사일 200여발 발사

2일(이하 현지시간)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이란은 전날 저녁 이스라엘을 겨냥해 200여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이 하니예,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 혁명수비대 작전 부사령관 아바스 닐포루샨의 죽음에 대한 보복이라고 천명했다.

이란은 그동안 이들이 폭사하고 헤즈볼라 대원들의 통신수단인 무선호출기(삐삐)가 무더기로 폭발하자 그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보복을 예고해왔다.

혁명수비대는 "이스라엘군 기지 3곳이 타격을 받았고 발사된 미사일 90%가 목표물에 명중했다"면서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이 반응하면 더 압도적 공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은 이날 자국을 향해 날아온 탄도미사일 중 상당수가 요격됐지만, 중부와 남부에 일부 타격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요르단강 서안에서 미사일 파편을 맞은 팔레스타인 주민 1명이 죽고 4명이 부상한 것 외에 다른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 이스라엘을 향한 대규모 미사일 공격에 대해 '자기 방어권' 행사라고 주장하면서 "이스라엘 정권이 추가 보복을 자초하지 않는다면" 이란의 보복 조치는 종료된다고 밝혔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스라엘의 재보복과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모든 직접적 군사개입에 추가 군사행동을 경고했다.

혁명수비대는 이란 반관영 파르스 통신을 통해 보도된 성명에서 "시오니스트(이스라엘) 체제가 이란의 작전에 대응한다면 치명적인 공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이스라엘을 겨냥한 미사일 공격에 대해서는 "유엔 헌장에 따른 것"이라고 정당성을 주장했다. 유엔 헌장에는 적대행위에 대한 주권국의 권리 등이 명시돼있다.

혁명수비대는 이번 미사일 공격이 이란의 주권에 대한 공격 이후 잠시 자제 기간을 거친 후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이란 핵시설 공격할까

이스라엘은 재보복을 다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이 오늘 밤 큰 실수를 저질렀고 그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 핵무기 보유를 크게 우려하는 이스라엘이 이번 기회에 이란 핵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극단적인 시나리오로 이스라엘이 이란 핵 프로그램의 핵심인 나탄즈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은 이스파한주 북부의 나탄즈에서 핵무기 제조용으로 전환 가능한 우라늄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당국자들은 이란이 이 우라늄을 며칠 또는 몇 주 만에 폭탄 제조급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더라도 실제 핵무기 생산에는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이스라엘은 지난 4월 이란의 공습에 맞서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로 이스파한 군기지를 공격했지만, 핵시설은 표적으로 삼지 않았다.

당시 너무 강력히 대응할 경우 이란이 자기 대리세력인 헤즈볼라에 대규모 보복 공격을 명령할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이란이 이번에 공격 강도를 높이고 헤즈볼라의 위협도 줄어든 것은 이스라엘이 대응 수위를 높여 핵시설을 겨냥할 가능성 있다는 관측을 낳는 이유다.

◆우리 정부, 군 수송기 즉각 투입

윤석열 대통령은 중동 사태와 관련해 국민 철수를 위해 군 수송기를 즉각 투입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중동 사태에 따른 긴급경제안보점검회의'에서 "이스라엘과 중동 역내에 소재한 우리 국민을 보호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같이 지시했다고 정혜전 대변인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이 높은 탓에 사태 전개에 따른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관계 부처·기관이 긴밀히 협력해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운영할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에너지 수급, 수출입 물류, 공급망 영향 등 우리 경제와 안보 전반에 미칠 수 있는 영향과 위험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분석·점검해 필요시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면밀히 대비하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군사 충돌로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하자, 우리 안보·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대응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이날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참석자들은 중동 지역의 현 상황을 평가하고 재외국민, 우리 기업, 파병부대, 외교공관 등의 안전을 점검하고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별 대응 조치를 검토했다고 정 대변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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