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서울의소리 녹취 파동’, 한 대표 대응 방식이 당정 관계 갈림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자신에 대한 '공격 사주' 의혹과 관련, 김대남 서울보증보험 상근감사(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에 대해 당 자체 감찰(監察)을 지시했다고 한다. 그러자 김 감사는 탈당해 버렸고, 이에 국민의힘은 형사고발을 검토하고 있다. 김 감사는 지난 7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유튜브 방송 '서울의소리'와 통화에서 '한동훈 대표를 공격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서울의소리'가 9월 30일 이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대통령실과 한 대표 간 새로운 뇌관(雷管)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원의 해당 행위(害黨行爲) 의혹에 대해 정당은 자체 감찰할 수 있고, 탈당하면 고발할 수도 있다. 녹취 내용을 들어 보면 김 감사의 발언이 매우 부적절했음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한 대표의 감찰 또는 고발 결정은 좋은 선택은 아니라고 본다.

유튜브 방송 '서울의소리'는 20대 대선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에게 "누님, 누님"이라며 48차례에 걸쳐 통화하고 그 녹음 파일을 MBC에 제보해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 측을 곤경에 빠뜨렸다. 그뿐인가, 김 여사 디올 백 몰카 영상 기획, 김 여사의 심야 반려견 동반 산책 보도 등도 그들의 공작이었다. 그런 '서울의소리'와 김 감사가 여러 차례 통화하며 김 여사·한 대표를 입에 올렸다는 것 자체가 어리석고, 불순했다. 하지만 한 대표가 거기에 공격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상대의 '반간계(反間計)'에 말려드는 것이다.

지난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 대통령실이 한 대표에게 불쾌해했던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이야기다. 대통령실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권리 당원들,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국민들 중에서도 한 대표의 당선을 바라지 않았던 사람들이 많다. 드러나지 않았을 뿐 공격을 했던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한 대표 당선을 바라지 않았던 사람들의 '반대 행위'를 문제 삼아서 무슨 득이 있겠나. 그 논란을 키워 한 대표 지지율이 오를 것인가,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를 것인가, 윤 대통령 지지율이 오를 것인가, 대한민국에 도움이 될 것인가.

녹취 공개 후 한 대표는 "국민들과 당원들께서 어떻게 보실지 부끄럽고 한심하다"며 불쾌감을 표현한 바 있다. 딱 그 정도가 적당하다. 나아가 '전당대회 당시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당원들과 국민들께서 앞으로 저와 국민의힘을 지지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정리하는 편이 좋다.

이번 사안을 한 대표가 무던하게 받아 넘기면 한 대표와 대통령실 간 갈등(葛藤)을 유발하려던 유튜브 방송 '서울의소리'의 노림수는 무색해진다. 한 대표를 바라보는 국민들 시선 또한 달라질 것이다. 이번 파동이 대통령실과 한 대표 사이에 또 다른 '뇌관'이 되느냐, 새로운 출발점이 되느냐는 한 대표의 판단에 달렸다. 한 대표는 대한민국 여당 대표의 시선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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