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전면 쇄신 필요한 축구협회, 그 시작은 정몽규 회장의 거취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아시안컵 졸전(拙戰)과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의 경질(更迭)로 불거진 '대한축구협회 사태'가 새 감독 선임 문제를 둘러싸고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축구 팬들은 부적정한 과정으로 뽑힌 홍명보 감독에 대한 비판에서 나아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총괄 책임을 묻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일 축구협회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감사 결과 "선임 과정이 규정과 절차를 무시해 부적정했다"고 밝혔다. 문체부에 따르면 지난 6월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이 홍명보 감독과 면접도 없이 1순위 후보로 정 회장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결국 감독 추천 권한이 없는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질문지와 참관인 없이 홍 감독과 대면 면접을 한 뒤 재차 1순위로 추천했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때도 전력강화위원회가 제 기능을 못 한 상태에서 사실상 직접 지명하면서 중도 퇴진 사태를 빚었다.

축구협회 사태는 정 회장이 2021년 3선에 성공한 뒤 대표팀 감독 선임 관련 규정을 바꾸면서 이미 예고됐다고 보인다. 그동안 국가대표 감독선임위원회를 통해 선임하던 선임 절차를 이사회가 추천하는 전력강화위원회가 후보를 추천한 뒤 이사회가 최종 확정하는 방식으로 바꿔 버린 것이다. 역대 최강으로 평가되는 선수들로 구성된 국가대표팀을 지리멸렬한 약체로 만든 1차적 책임으로 감독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책임은 투명하고 적절한 절차 없이 감독을 뽑은 축구협회장에게 있다고 본다. 정 회장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결단을 보여 주길 기대한다. 축구협회 운영체계의 전면적인 쇄신(刷新)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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