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끝으로 차가워진 계절이 실감나듯 이 책이 나올 때면 올 한 해도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리는 것 같다. '청룡을 타고 비상하자'던 2024에 이어 다가오는 을사년, 푸른 뱀띠의 해를 앞두고 '트렌드 코리아 2025'가 출간됐다. 서울대 생활과학대 소비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김난도 교수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들이 2008년부터 매년 출간하고 있다.
뱀은 자기 몸이 커지면 허물을 벗는 환경 적응력이 뛰어난 동물이다. 이러한 뱀의 특성은 역동성이 상수가 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시 말해, 격변하는 시대에 대응하려면 날카로운 감각으로 변화를 감지할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취지에서 필진은 뱀(Snake)처럼 섬세한 감각(Sense)을 뜻하는 'SNAKE SENSE'라는 부제 아래 내년 소비 트렌드에 관한 10가지 핵심어를 꼽았다.
◆옴니보어
트렌드 코리아는 매년 뼈대가 되는 트렌드를 첫 키워드로 선정해왔다. 내년도의 첫 키워드는 사전적으로 잡식성을 뜻하는 단어인 '옴니보어'이다. 나이·성별·소득에 따라 소비하는 양상이 달라졌던 과거와 달리, 이러한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현상을 말한다. 안티 에이징에 대적하는 '슬로우 에이징', 젠더리스 패션, 40대 신입사원 등이 그 예다.
◆#아보하
'아주 보통의 하루'를 줄임말이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소확행'이 언젠가부터 행복을 과시하는 의미로 변질되면서, 되레 평범한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 사회의 행복 담론이 변하고 있으면서도, 그저 무탈한 하루가 핵심어의 하나가 될 정도로 사회가 날이 서있음을 보여준다.
◆토핑경제
최근 Z세대에게 유행하는 요아정·크록스의 인기 요인은 소비자 개인이 각자 원하는 토핑을 얹어 자신만의 것을 만드는 데 있다. 이처럼 상품이나 서비스의 본질적인 부분보다 부수적 요소가 더 주목받아 새로운 경제효과를 창출하는 것을 '토핑경제'라 명명한다.
◆페이스테크
누구나 첫인상이 중요하듯, 기술도 마찬가지다. 기계가 사람의 표정을 정확하게 읽어내고 자기 얼굴을 만들어내는 기술인 '페이스테크'가 뜬다. 앞으로는 사람의 감정을 읽고 대응하며 '인간적으로' 다가오는 기업과 상품이 선택받을 것이다.
◆무해력
가방에 주렁주렁 달린 작은 키링, 서툴게 그린 이모티콘이 사랑받는 이유는 작고 귀여우면서 내게 해롭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아보하'와 같이, 자극과 스트레스가 가득한 사회에서 무해한 존재를 찾게 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라데이션 K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인구 비중이 5%에 육박하면서 우리나라는 이제 '다민족 국가'에 진입했다. 외국에서 들어와 한국식으로 재해석해 다시 외국으로 나가는 것들이 늘어나면서 '한국적인 K'는 이제 이분법으로 나눠지기보단 그라데이션이 진행 중이다.
◆물성매력
사람들은 손에 잡히는 '물성'에 쉽게 반응한다. 이러한 성질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효과적이다. 최근에는 팝업스토어처럼 콘텐츠에도 물리적 속성을 부여해 소비자가 그것을 체감할 수 있게 하는 마케팅 사례가 부쩍 늘었다. '경험 소비'가 여전히 통하는 이유다.
◆기후감수성
그간 꾸준히 언급돼왔지만, 기후변화의 문제는 언젠가 다가올 수도 있는 미래가 아니라 당장 해결해야할 현존하는 위험이다. 식탁 위에 올라가는 음식의 생산지, 여행지가 바뀌며 날씨보험이 등장하고 취약계층을 위한 기후복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공진화 전략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협력하고, 애플은 오픈AI와 손을 잡는다. 자동차만 잘 만들면 되는 과거와 달리 스마트폰과 연동성도 중요해지는 식이다. 여적과 나를 구분하지 않고 상생하는 진화 전략, '공진화' 시대가 왔다.
◆원포인트업
자기계발에도 트렌드의 바람이 분다. 전면적인 혁신을 통해 큰 성장을 꿈꾸기보단,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작은 포인트 하나라도 끌어올리고자 한다.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작은 성취를 꾸준히 해나가는 게 핵심이다. 400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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