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대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전투는 1년이 지난 현재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하마스가 공격한 다음 날인 8일 이스라엘 북부에서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도 이스라엘을 공격, 이스라엘은 두 개의 전선에서 싸워야 하는 고통을 치렀다.
그러나 지난 9월 말까지 하마스 사령관과 헤즈볼라 사령관을 모두 제거하는 데 성공한 이스레엘군은 이제 문어의 발들을 잘랐으니 문어의 머리 격인 이란을 공격해야 할 때라며 벼르고 있다.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 내부의 공격 표적이 핵시설일 것임을 공공연히 언급하기도 했다.
일부 평자들이 평화적인 해결책을 말하고 있지만 이스라엘과 중동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난치병과 불치병이 있듯이 중동 문제는 불치병에 훨씬 가깝다고 보아야 한다.
우선 중동의 이슬람 국가들은 이스라엘이 현지에 존재하는 것 자체를 용납하지 않는다. 특히 팔레스타인과 중동 국가 그리고 미국의 반유대주의자들이 외치는 '강에서 바다로'(from the river to the sea)라는 구호는 요르단강과 지중해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이스라엘을 바다에 처넣겠다는 바로 그 말이다.
이스라엘은 다시는 그 땅, 자신들의 하나님이 약속해 준 땅에서 물러날 수 없다. 지난 2000년의 슬픈 역사를 반복할 수는 없다는 것이 이스라엘이 보유하고 있는 힘의 본질이다. 이스라엘은 위험이 닥치기 전 그 위험을 선제공격으로 제압한다는 지극히 공격적인 군사 전략을 가지고 있다 . 그래서 온 나라들로부터 비난당하고 욕을 먹는다. 1960년대 이스라엘의 여성 총리 골다 메이어는 "죽어서 불쌍하다고 위로받기보다는 살아서 욕을 먹는 것을 택하겠다"고 말했다.
이스라엘로 하여금 가나안에서 죽든지, 살려면 다시 전 세계로 흩어져야 할지 양자택일해야 하는 치명적인 상황은 중동의 큰 나라들인 이라크 혹은 이란이 핵무기 체계를 완성하는 경우다.
이스라엘은 30여 년 전 놀라운 군사작전으로 이라크의 오시락 핵시설을 제거, 이라크 핵무장의 뿌리를 뽑았다. 이제 이란의 핵무장이 눈앞에 다가왔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을 제거할 기회를 잡았다.
중동의 전운이 깊어진 이즈음 서태평양 역시 평온치 못하다. 9월 25일 일본 해상자위대 군함이 해상자위대 창설 후 70년 만에 처음으로 대만 해협을 통과했다. 이미 대만 해협을 통과한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호주, 캐나다, 네덜란드, 뉴질랜드 군함들이 있지만 일본의 군함은 의미가 전혀 다르다. 아시아에서의 전쟁은 결국 중국과 일본의 전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해군력은 2012년 중국 시진핑 주석이 본격적으로 공세적인 대외정책을 펼칠 무렵 중국 해군을 압도할 정도로 막강했지만 지난 10년 중국 해군의 급격한 증강은 일본은 물론 미국 해군을 적어도 양적으로는 능가할 정도가 되었다.
미국과 일본의 해양전략가들은 이 같은 힘의 전이(power transition)는 일본은 물론 미국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두려워했다. 결국 일본은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국가전략의 행로를 바꾸지 않을 수 없었고 결국 미국의 지지를 받아 군사 강국의 길을 택하게 된다. 대만 해협의 위기는 일본이 군사 강국으로 갈 수 있는 절묘한 기회가 되었다.
일본은 이미 수년 전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대만 편에 서서 싸울 것이라고 공언했다. 헌법상 군사력 보유는 물론 전쟁도 할 수 없는 일본의 전쟁 선언은 놀랍게도 평화 헌법을 강요했던 미국으로부터 환영을받았다. 세상이 변한 것이다.
초라한 이름의 해상자위대가 곧 과거 제국 해군의 능력과 명예를 갖게 될 것을 우려하며 일본의 행동을 비난하는 사람도 있지만 일본 군함의 대만 해협 통과는 중국의 심각한 도발에 대한 반응이었다. 현재 일본이 보유한 최대 군함 이즈모급 군함 두 척 중 한 척이 캘리포니아 앞바다에서 항공모함으로의 전환을 미국 해군으로부터 테스트받고 있고, 다른 한 척은 인도 앞바다에서 미국-인도-일본의 연합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중동과 아시아에서 동시에 전쟁의 기운이 고조되고 있다. 두 곳에서 전쟁이 발발한다면 그게 바로 3차 세계대전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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