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3년 6개월 만에 1%대 물가상승률, 안심은 이르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년 6개월 만에 1%대로 떨어졌다.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4.65(2020년=100)로 전년 동월보다 1.6% 상승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고공행진을 이어 오던 물가가 드디어 통화당국의 관리 목표치인 2% 아래로 내려온 것이다. 고물가와 고금리에 허덕이던 서민들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안심하기는 이르다. 2021년 3월(1.9%) 이후 첫 1%대는 기저효과(基底效果) 영향이 크다. 석유류 물가가 7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서 전체 물가를 끌어내렸는데, 지난 1일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탄도미사일 180발을 발사해 중동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도 다시 출렁이고 있다. 긴 폭염과 가뭄 탓에 배추를 비롯한 채소류 가격은 여전히 불안하다.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무 가격은 10% 이상 올랐다.

10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도 불투명하다. 소비자물가는 2%대 안정세를 보여 왔는데, 관건은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다. 한은은 물가와 내수 관계만 살핀다면 현 기준금리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최근 '금융 안정 상황' 보고서를 통해 '대출 금리를 0.25%포인트(p) 낮추면 1년 뒤 전국 주택 가격은 0.43%p 상승, 서울은 0.83%p'로 추산(推算)하기도 했다. 전기 요금도 변수다. 국제유가가 하락세이면 전기 요금 인상이 부담스러운데, 현 추세라면 전기 요금 연내 인상도 충분히 가능하다. 여기에 국제유가와 김장철 물가 불안까지 가세하면 무엇도 장담할 수 없다. 대통령이 당부한 '선제적 조치'가 실체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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