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수의 골프세태] <26>시들해진 골프 인기, 중고채 매물 쏟아진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호황 '아! 옛날이여!'
직장인 1천20명 중 29명만이 골프 즐겨
골프 중고채 매물 쏟아져 "싸게 살 적기"

골프 인기가 시들해지면, 중고 골프채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출처=수도권의 한 중고 골프매장.
골프 인기가 시들해지면, 중고 골프채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출처=수도권의 한 중고 골프매장.

골프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특수 호황을 누린 것이 벌써 '아! 옛날이여!'가 되어 버렸다. 실물경기가 악화된 이유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물가상승과 연봉 동결이라는 이중고로 인해 직장인들과 자영업자들도 가처분 소득이 줄어든 탓이다.

불과 수년 사이에 골프가 사치처럼 여겨지고 있다. 살림을 하는 아내들조차 주말에 골프를 치러 나가는 남편에게 "온전한 정신이냐?"고 타박을 줄 정도다. 이런 상황은 먹고 살기가 넉넉한 상류층만이 골프를 즐겨도 경제적으로 별 문제가 없다는 방증이다. 실제 대구경북지역의 퍼블릭 골프장들이 주말 뿐 아니라 주중 부킹마저 예약이 남아돌 정도다.

◆직장인 골퍼 급감, 1천여 명 중 29명

인크루트가 최근 직장인 1천20명을 대상으로 운동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골프를 한다는 답한 비율은 2.9%에 그쳤다. 100명 중 3명 정도가 골프를 한다고 대답한 셈이다. 이는 20~30대 젊은 층들이 골프에 입문했다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운동으로는 혼자서 할 수 있는 헬스가 30.9%로 나타났다. 이어서 걷기(21.6%), 러닝(12%), 필라테스 및 요가(8.1%), 홈트레이닝(7.5%), 수영(5.1%) 순이었다,. 테니스도 골프와 비슷한 2.9%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사실은 다수의 직장인들이 코로나 팬데믹과 경기불황이 겹쳐면서, 경제적 부담을 줄이면서 혼자서 할 수 있는 운동 쪽을 선호하는 트렌트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30대 직장인 김인모 씨도 "5년 전에 골프를 시작해 회사 선배들과 함께 필드골프를 나가곤 했는데, 2년 전부터 끊었다"며 "아무래도 경제적·시간적 부담이 크다"고 털어놨다.

골프 전문 브랜드인 까스텔 바작에도 예전처럼 손님이 많지 않다. 출처=까스텔 바작
골프 전문 브랜드인 까스텔 바작에도 예전처럼 손님이 많지 않다. 출처=까스텔 바작

◆중고시장에 쏟아지는 골프채

중고 골프채를 사려면 지금이 적기다. 골프를 그만 두려는 이들이 너도나도 시장에 중고채를 매물로 내놓고 있다. 덩달아 골프웨어 매출도 성장세가 갈수록 둔화되고 있다. 한달 전 골프를 시작하는 한 30대 여성은 30만 원에 저렴한 풀세트를 장만하기도 했다.

골프 브랜드 업체들도 시장 한파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진 아마추어 골퍼들이 씀씀이를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있어서다. 백화점 업계 한 관계자는 "골프 관련 상품을 구매하는 MZ세대 비중이 줄고 있는 추세"라며 "올해 들어서부터는 1인당 객단가도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중고 시장에는 젊은 세대들이 최근 1~2년 새로 산 골프용품들을 매물로 속속 내놓고 있다. 중고 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에 따르면 드라이버 '매도' 게시글 수는 최근 2년 사이에 3배 이상 급증했다. 번개장터에서도 골프채 매물도 매년 100% 이상 늘어나는 추세다.

젊은 층의 골프 검색 유입량과 예약건수도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2030세대의 골프 관련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55%가량 줄었다.

증권사에 근무하는 한 40대 직장인은 "주변에서 많이 추천해서 시작했는데 막상 해보니, 직장인이 하기엔 부담이 컸다"며 "100만원 넘게 주고 산 골프채도 그냥 방치됐고, 결국 절반값에 당근으로 내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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