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함께 꿈꾸는 시] 최애란 '구름을 열면 내가 보였다'

2006년 '심상(心象)' 등단…제2회 이윤수 문학상, 제11회 월간 문학상 등 수상
시집 '종의 출구는 늘 열려 있다', 시 해설집 '그림자는 빛과 함께 있을 때 가장 빛이 났다'

최애란 시인의
최애란 시인의 '구름을 열면 내가 보였다' 관련 이미지

〈구름을 열면 내가 보였다〉

그러고도 몇 날 며칠

챔파꽃 뒤를 따라다녔습니다

그제는 물까치가 피고

어제는 챔파꽃이 날아들었습니다

오늘은 물까치가 챔파꽃을 물고 내려와

숨겨둔 꽃가지 들키고 말았습니다

부러지지 않는 부리로

어찌나 나를 쪼아대는지

꽃가지 위 바람은 이미 달아나 버렸고

떠나지 못한 구름만 하늘 새새 떠 있습니다

안쪽부터 환해지는 구름꽃

꽃가지 하나 꺾어 병에 꽂았습니다

최애란 시인
최애란 시인

<시작 노트>

먹장구름이 한바탕 변죽을 부린다. 병의 예후를 예견하라는 듯 어두워졌다가 밝아졌다가 알 수 없는 낯빛으로 다가선다. 불안까지 따라붙어 부추기는데 먹장구름 안쪽에 있는 뭉게구름을 보았다. 함께하는 몽환적 구름의 세계라니. 불안을 꺾어 노을에 꽂았다. 라고, 다잡았더니 타들어 가던 마음이 한결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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