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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랑] 생활고 속 어렵게 키운 딸…대출사기로 절망

남편 가정폭력·술·도박·외도에 이혼
올해 초 보이스피싱 당한 딸은 전재산 잃어 극심한 우울증
딸 챙겨야 하지만 심한 생활고에 건강 악화로 힘겨운 나날

아픈 딸을 돌보며 생활고에 시달리는 이은주 씨(50·가명)가 계약 만료일이 닥쳐온 곰팡이 핀 집에서 생활하는 모습. 김지효 기자
아픈 딸을 돌보며 생활고에 시달리는 이은주 씨(50·가명)가 계약 만료일이 닥쳐온 곰팡이 핀 집에서 생활하는 모습. 김지효 기자

끔찍한 사고로 첫사랑을 잃었다. 빈자리를 채워줄 줄 알았던 남자는 악마 같았다. 떼낼 수 없는 짐 덩이처럼 따라붙는 불운을 피해 살던 곳에서 도망친 이은주(50·가명) 씨는 아는 이 하나 없는 곳에서 하나 남은 딸을 악착같이 키워냈다. 하지만 그렇게 키운 아이가 대출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잃고 스스로의 삶을 비관하고 있다. 은주 씨는 오늘도 곰팡이 핀 방에서 자신의 불운을 세어본다.

◆교통사고로 첫사랑 죽고 만난 남자…가정폭력·술·도박 일삼아 고통

은주 씨는 시장이 삶의 터전이었던 부모님 밑에서 막둥이로 태어났다. 막내 대접은 특별히 받지 못했다. 하교한 후에는 부모님을 도와 핫도그나 튀김 등을 만들어 팔았고, 7살 차이가 나는 큰언니가 일을 간 사이 언니 아이를 돌보며 컸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어머니 장사를 돕는 건 네 남매 중 은주 씨 혼자였다.

20대 초반의 은주 씨는 공장에서 이불 포장 일을 하거나 식당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돈을 벌었다. 또래의 남자친구와 오랜 연애 끝에 결혼을 약속했지만, 본디 세상일은 한 치 앞도 볼 수 없다고 했던가. 주말을 맞아 남자친구와 드라이브를 갔던 은주 씨는 큰 사고를 당했다. 트럭이 두 명이 탄 차를 덮쳤다.

차에 탄 채로 몇 바퀴를 구르고 정신을 잃은 은주 씨가 깨어난 곳은 병원 중환자실이었다. 만신창이가 된 온몸이 아픈 와중에도 더 아프게 다가왔던 하나의 사실. 곧 결혼을 올리기로 했던 첫사랑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첫사랑의 죽음 이후 슬픔과 외로움에 몸부림치던 은주 씨에게 고등학교 동창이 한 남자를 소개해줬다. 찰나의 다정함에 이끌린 은주 씨는 남자와 동거를 시작했다. 그러나 남자는 술과 도박, 가정폭력에 외도까지 일삼았다.

그는 은주 씨가 돈을 가져오지 않으면 주먹질을 했고, 그 탓에 은주 씨는 양쪽 어금니를 모두 잃었다. 남자는 은주 씨와 자신 사이에서 난 첫째 아들은 은주 씨가 아이 얼굴도 확인하기 전에 입양 보내버렸고, 둘째 딸이 태어났을 때는 병원비까지 써가며 도박과 외도를 했다.

병원에서 은주 씨의 어려운 상황을 알고 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게 도와줬으나, 남자는 이를 빌미로 수급비가 나오는 날에만 집에 들어와 은주 씨를 괴롭혔다. 어린 딸을 키우는 것도, 남자가 없는 시간 동안 치매가 찾아온 시아버지를 모시고 집안일을 하는 것도 모두 은주 씨 몫이었다. 은주 씨는 계속된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딸이 돌이 되기 전 이혼을 결심했다.

남자는 이혼을 대가로 100만원을 요구했다. 수급비를 긁어모아 남자와 합의이혼한 은주 씨는 동사무소 소개로 청소나 부업을 하며 딸을 키웠다. 가정법원에서 남자에게 양육비를 매달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으나, 은주 씨는 단 한 번도 양육비를 받은 적 없다. 그러고서도 남자는 은주 씨가 사는 곳을 수소문해 계속 찾아와 돈을 요구하고 폭력을 가했다. 결국 은주 씨는 고향 대구를 떠났다.

◆보이스피싱으로 전 재산 잃고 삶 포기하려는 딸 지켜야

은주 씨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딸과 함께 경북 한 작은 동네에 자리 잡았다. 수급비만으로 딸을 키우는 건 힘든 일이었지만, 밤 까기 같은 부업을 해가며 아이 학용품도 사고 학원도 보냈다. 딸 도경 씨(23·가명)는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 잘 자라 줬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도경 씨는 엄마 품을 떠나 자활센터에서 일하며 착실하게 미래를 준비했다. 낮에는 아르바이트를, 밤에는 사회복지사 자격증 공부를 하며 돈을 모아 엄마와 함께 떡볶이집을 차리는 게 도경 씨 목표였다.

그러나 올해 초 도경 씨가 보이스피싱을 당했다. 도경 씨가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걸 어떻게 안 건지, 사기단은 시중은행을 사칭하며 도경 씨에게 청년 창업자 대출을 권유했다.대출 절차에 필요하다는 정보와 돈을 넘기자마자 사기단은 잠적했다. 그렇게 도경 씨는 학생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며 아껴둔 돈 천여만원을 잃었다. 사기 행각에 명의를 도용당한 탓에 법적 책임과 무관하게 도경 씨에게 피해 변제를 요구하는 금액만 3억원에 달한다.

본인의 꿈이 무너진 것은 물론 사기 피해자들에게서 끊임없이 연락이 왔다. 도경 씨는 심각한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에 빠졌다. 자신을 향한 혐오감에 몇 번이고 삶을 포기하려 하는 딸 곁에서, 은주 씨는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으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고혈압과 심장질환, 과거 겪은 교통사고와 가정폭력으로 성한 데 없는 몸이 비명을 질렀지만, 소중히 키운 딸만은 지켜내야 했다.

하지만 전혀 경제활동을 못하는 상황에서 89만원의 수급비로는 갈 곳도 마련하기 어려웠다. 곰팡이 잔뜩 핀 집에서 생활하며 월세 30만원과 병원비를 내고, 전 남편이 은주 씨 앞으로 달아놓은 빚을 갚고 남은 돈으로 아픈 딸과 자신의 앞가림을 해야 했다.

전기요금과 통신비도 수개월 분이 밀렸다. 집 계약 만료 일자도 코앞에 다가왔고, 따로 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해 은주 씨 모녀는 길거리에 나앉을 위기에 처해 있다. 은주 씨는 두 손을 모으고 계속되는 시련이 끝날 날만을 기다린다.

*매일신문 이웃사랑은 매주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성금을 소개된 사연의 주인공에게 전액 그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성금을 전달하고 싶은 분은 하단 기자의 이메일로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 이웃사랑 성금 보내실 곳

아이엠뱅크(구 대구은행) 069-05-024143-008 / 우체국 700039-02-532604

예금주 : ㈜매일신문사(이웃사랑)

[지난주 성금내역]

◆계속되는 불행에 힘든 김덕진 씨에 2,026만원 성금

믿었던 친구와 아내에게 배신당한 뒤 화재로 집을 잃고 홀로 사춘기 두 아이를 키워야 하는 김덕진 씨(매일신문 10월 1일 9면 보도)에게 41개 단체, 95명의 독자가 2천26만9천098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태원전기 10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양홍석)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대흥분쇄기(한미숙)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삼이시스템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 10만원 ▷두드림정신과(정진영) 10만원 ▷법무사 김태원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김용환)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동산내과(박경아) 5만원 ▷동산내과(박준석)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보성카써비스(김영수)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동신통신㈜(김기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사단법인대한민국힐링문화진흥원 1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도경희 200만원 ▷김상태 100만원 ▷김진숙 조성택 각 50만원 ▷문심학 40만원 ▷유주영 이신덕 각 30만원 ▷곽용 조득환 허금주 황우원 각 10만원 ▷이서연 6만원 ▷곽해경 김광태 박옥선 박원경 배계순 서정오 신광련 안경옥 안대용 임채숙 정원수 최영철 최종호 하혜련 각 5만원 ▷김영수 김태욱 유명희 이보현 이석우 이재열 각 3만원 ▷권오영 권유진 김범록 김태천 박현주 배영철 서숙영 성민교 윤화영 이순이 이재민 이해수 채윤미 천정창 허정 각 2만원 ▷김균섭 김다영 김덕우 김삼수 김성옥 김성진 김성하 김은영 김주현 문민성 박인배 박지민 박태용 박홍선 배상영 송옥선 안인호 양태자 우철규 유귀녀 이영수 이운대 전선수 정미라 정서원 정영민 정준홍 조영식 최경철 허남덕 각 1만원 ▷서형덕 이정선 조용인 각 5천원 ▷권두영 3천원 ▷이장윤 2천원 ▷이현주 최연준 각 1천원

▷'주님께감사' 14만원 ▷'좋은일많이생기시길' '주님사랑' 각 10만원 ▷'재원수진' '하경석' 각 5만원 ▷'양재주:중동.다원장' 3만원 ▷'무기명' '석희석주' 각 2만원 ▷'돕기' 7천98원 ▷'모든이의건강행복기쁨' '수민' 각 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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