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불충분한 주민 소통, 행정 불신 자초한다

일부 기초자치단체의 미흡한 주민 소통이 행정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숙원 사업 해결을 말한 뒤 미온적 태도를 보이거나 기피 시설 준공 등 민감한 영역의 개입을 주저(躊躇)하는 식이다. 모두 불충분한 소통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대구 동구 용천로 주민들은 이달 말 단풍철을 맞아 팔공산 도로 점거를 예고했다. 몇 해 전 대구시와 환경부가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 조건인 주민 동의를 위해 접촉에 나서면서 도로 확장 지원을 약속했지만 이를 어겼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대구시와 동구청은 도로 확장 등을 못 박지 않았다며 맞선다. 지난해 대구시의 사전타당성조사 연구용역 결과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충분한 소통이 없다면 행정적 신뢰가 깨진다. 이런 식이면 앞으로 주민 동의가 필요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대구시가 번번이 발목을 잡히는 사태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경북 안동시는 도산면 의일리 폐기물 재활용 업체로 홍역을 치르는 중이다. 초기 주민 설명회가 있었다지만 그 대상은 공장과 가까운 마을 주민 10여 명에 불과했다. 이곳에는 하루 200t의 하수·폐수 처리 오니(슬러지)가 들어온다고 한다. 하루 200t이면 악취와 대형 차량 이동 등에 대한 주민의 우려는 결코 무리가 아니다. 반경 3~4㎞에 웅부중, 도산온천, 퇴계태실 등이 있는데 이곳 주민들은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 준공(竣工)이 올 연말인데 지역구 국회의원마저 실상을 뒤늦게 알았다고 한다. 목재 펠릿 생산 공장인 '펠릿 공장'으로 알고 있었다는 주민도 다수다.

전국 폐기물 재활용 시설 건립과 주민 간 마찰은 피하기 어렵다. 행정기관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주민 소통에 더 공을 들였어야 마땅하다. 안동시는 '단순 주민 반대'로 사업 부적정을 통보하거나 반려할 수 없도록 한 환경부 지침을 꼽으며 절차적 위법성이 없다고 했다. 그런 식이면 떼 지어 반대 목소리를 내는 주민들만 '못된 사람들'이 된다. 전임 시장 시절 허가가 있었다며 책임을 전가(轉嫁)하는 태도도 납득하기 어렵다. 직원들과 인허가 시스템은 그대로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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