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바늘구멍’ 팔공산 용천로, 경제성 문제로 확장 좌초 위기

주민 불만 속 단풍축제 도로점거 시위 예고까지
버스까지 다니는 용수천 진입로, 교행 불가 구간이 60%
대구시 사전타당성조사 용역 결과 비용대비편익 0.48

지난 3일 팔공산 승시 축제기간 팔공산 용수동 일대 마을 진입 도로 상황. 차량 교행이 안돼 운전자들이 30분 넘게 대치했다. 김유진 기자
지난 3일 팔공산 승시 축제기간 팔공산 용수동 일대 마을 진입 도로 상황. 차량 교행이 안돼 운전자들이 30분 넘게 대치했다. 김유진 기자

지난 3일 찾은 대구 동구 용천로 일대. 도로 일부 구간의 폭이 불과 3m도 되지 않아 버스 등 대형차량이 비탈길을 아슬아슬하게 지나다녔다. 이날 승시축제를 방문한 외부 차량 행렬도 이어져 약 30분간 차량 정체 현상이 지속됐다. 김유진 기자
지난 3일 찾은 대구 동구 용천로 일대. 도로 일부 구간의 폭이 불과 3m도 되지 않아 버스 등 대형차량이 비탈길을 아슬아슬하게 지나다녔다. 이날 승시축제를 방문한 외부 차량 행렬도 이어져 약 30분간 차량 정체 현상이 지속됐다. 김유진 기자

행락철 교통 불편이 반복되는 대구 동구 용수천 진입로 확충이 사실상 무산될 상황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 주변 도로환경개선은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을 원치 않던 주민과 지주들이 요구했던 사안으로 주민 반발이 거셀 전망이다.

지난 3일 오후 2시쯤 방문한 대구 동구 용천로 일대. 도로 일부 구간의 폭이 불과 3m도 되지 않아 버스 등 대형차량이 비탈길을 아슬아슬하게 오갔다. 도로 폭이 좁은 탓에 양방향 교행은 불가했다.

팔공산 승시 축제 기간이던 이날은 외부 방문객 차량이 급증해 30분 가까이 교통 마비 현상까지 빚어졌다. 용천로를 통과하는 팔공1번 시내버스와 마주 오던 차량들이 장시간 대치하면서 운전자들 간 고성이 오갔다.

용천로 주변은 계절적 요인에 따라 교통량이 급증하는 장소로 주말이나 행락철이 되면 정체가 빈번하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팔공산 순환도로의 교통 체증을 피하기 위해 일부 차량들이 용천로 등 사잇길 농로로 내려오는 게 원인으로 꼽힌다.

몰리는 교통량에 비해 도로여건은 열악하다. 대구시가 지난해 5월 사업비 1억원을 들여 착수했던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 대비 팔공산 주변 도로개설을 위한 사전타당성조사 연구용역'에 따르면 용수천 진입로(미곡교~신무마을~청소년수련원) 4.6㎞ 전체 구간 중 교행 불가 구간은 2.8㎞로 약 60%에 달했다. 또 용수천 버스정류장 11곳 중 7곳이 도로폭 기준 미달 구간으로 교행이 불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응급환자 발생 등 긴급 상황 시 신속한 대처가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용수동 주민 윤인섭(70) 씨는 "마을 주민들이 대부분 고령인데 길이 막히면 병원에 제때 못 갈 수 있어 행락철이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도로확장은 어려워 보인다. 대구시의 용역 결과에 따르면 용수천 진입로 도로 개선에는 사업비 약 286억원이 소요된다. 비용대비편익(B/C)은 0.48로 경제성이 사업추진 기준인 1.0보다 낮게 분석됐다.

당초 대구시와 환경부는 반대 여론을 설득하기 위해 도로 개설 지원 등을 조건으로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 동의를 끌어냈음에도 용역 결과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용수천 진입로 개선 사업이 답보 상태에 놓이자 인근 주민들은 올해 팔공산 단풍축제를 비롯해 행락철 도로점거 시위까지 거론하는 상황이다.

서정기 팔공산국립공원 상생발전위원회 부위원장은 "대구시와 환경부가 팔공산 주변도로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기에 국립공원 승격을 찬성했는데 현재는 예산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지형재 대구시 환경수자원국장은 "대구시는 이 일대 주자창 확장 및 신설 등 교통 인프라 개선을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용수천 진입로 확장공사의 주체는 동구청이기 때문에 대구시가 적극 협조할 수는 있어도 직접적으로 나서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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