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청도 한적한 마을 속 갤러리, 이서

태병은 아트리움모리 큐레이터

태병은 아트리움모리 큐레이터
태병은 아트리움모리 큐레이터

매주 주말이 되면 가창 방면으로 향하는 차량의 행렬이 길어진다. 가창, 청도는 대구 시민에게 먼 거리를 이동하지 않고도 근교로 나들이를 나온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전환의 장소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가족과 즐기기 좋은 체험 시설이나 맛집, 특히 자연과 함께하는 멋진 경관의 카페들도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청도의 작은 마을에 위치한 갤러리 이서를 소개하고자 한다.

2023년 개관한 갤러리 이서는 청도 이서면의 작은 논과 밭, 마을회관과 주택이 보이는 한적한 마을에 자리 잡았다. 소담한 마을에서 화려한 모습으로 눈에 띄기보다는 담백하고 단정한 모습으로 주변의 소박한 풍경들과 꽤 잘 어우러지는 건축물의 디자인답게 이곳은 갤러리의 문턱을 낮추고 관람객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공간으로 의도하여 구성됐다고 한다. 또한 카페동과 갤러리동이 연결돼 있어 전시를 보기 위해 청도까지 찾아온 관람객들이 편안히 차 한 잔 즐기다가 갈 수 있는 공간까지 마련돼 있다. 대구뿐 아니라 전국의 곳곳에서 갤러리와 카페를 함께 운영하는 공간들이 점차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갤러리 이서는 두 공간의 적절한 분리를 통한 운영으로 전시에 대한 집중도를 잘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1년에 약 6차례 정도 꾸준히 진행되는 초대전 및 기획전도 갤러리로서의 정체성을 굳건하게 지켜나가는데 보탬이 될 것이다.

이지현 작가와 함께한 개관전을 시작으로 장준석, 한승훈, 손수민, 노열, 차규선 등의 작가들의 전시가 부지런히 이어졌으며 현재는 10월 3일부터 12월 31일까지 유주희 작가의 초대 개인전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스퀴지를 활용해 캔버스에 흔적을 남기는 작업을 오랜 시간 이어온 작가 유주희의 다양한 신작들을 만나볼 수 있다. 'Repetition'이라는 이름으로 2018년부터 이어져온 그녀의 흔적들이 더욱 역동적이고 긴 호흡으로 캔버스 안에서 율동하며 자취를 남기는 모습들을 만나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대구에 비해 넓은 부지를 단독으로 이용하기 용이해서 일까, 대구를 배경으로 활동하는 작가들 중 가창과 청도에 작업실을 둔 작가들의 숫자가 꽤 많다. 자체적인 문화 시설이나 인프라가 갖춰져있지 않음에도 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드는 동네는 흔치 않다. 기획자의 시선으로 바라보았을 때 복이 굴러 들어오는 샘이다. 숫자를 헤아려보자면 오전부터 오후까지 하루를 온종일 채우는 '작가의 작업실 투어'를 만들어도 될 정도로 곳곳에 예술인들이 포진해있는 청도와 가창에 갤러리 이서를 필두로 더 많은 문화 시설들이 생겨나길 바란다. 그것을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군과 면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 아래 예술가들이 모여드는 마을, 이곳을 더 많은 시민들과 예술로 나눌 수 있는 재미있는 기회들이 만들어지는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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