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료 미래를 위한 고언(苦言)] "증원 자체 반대 안 해…수긍할 수 있는 근거 있어야"

박성민 전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

박성민 전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 이화섭 기자.
박성민 전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 이화섭 기자.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을 떠나고 의대생들이 강의실을 떠난 9개월동안 국민들은 우리나라 의료의 훌륭함 이면에 숨어있는 많은 문제점들을 발견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일지 대구에 있는 경륜 있는 의사들을 만나 해법을 들어봤다.

첫 번째로 이야기해 준 박성민 동서자애신경외과내과연합의원 원장은 지난 2015년~2018년 제12대 대구시의사회장을 역임했고 지난 2021년부터 올해 4월까지 대한의사협회(의협) 대의원회 의장을 지냈다.

- 의정갈등이 시작될 때 쯤 의협 대의원회 회장직을 마무리했다. 현재 사태를 보시는 심정이 남다르실 것 같다.

▶ 당시 이필수 의협 회장과 함께 상황을 수습하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만 해도 의협 내부적으로 '만약 정부에서 350명이나 500명 정도 확대한다고 하면 의협 회원들을 설득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고민을 했었다. 그런데 2천명이라고 발표한 순간 내부적으로 회원들을 설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실제로도 의료현안협의체 등에서도 증원 규모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었던 걸 확인했는데 그 때 제대로 이야기했다면 이 사달이 났을까 하는 마음에 답답할 뿐이다.

- 만약 대통령이 전공의들에 대해 사과하면 전공의들이 돌아올까.

▶ 대통령이 사과한다면 매우 긍정적이겠지만 무리이지 않겠는가. 결국 해법의 열쇠는 정부가 쥐고 있는데, 일단 전공의들이 말하는 대로 모든 대화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의료계가 증원 자체를 반대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오해다. 전공의나 의대생들도 무조건 '0명'을 외치는 게 아니다. 합리적으로 수긍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대고 설득하면 되지 않는가.

- 결국 대화가 진행되려면 2025학년도 정원을 손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인지?

▶ 그걸 올려놔야 대화가 된다. 분명 수험생들의 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정부가 대화의 의지가 있다면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 의대생 증원 말고 지금 의료계가 갖고 있는 문제점 중 시급히 해결해야 할 부분은?

▶ 현재 실손보험이 의료현장을 많이 왜곡시키고 있다. 비급여 치료의 도움을 받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무분별한 의료행위로, 일부 의사들이 편승해 돈벌이를 하고 있다. 정부 정책 중에 '상급종합병원 전문의 중심병원화'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인력과 재원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 대비해야 한다. 이 부분은 의료전달체계의 정상화와도 연결되는데, 경증질환에 대한 1차 의료기관과 3차 의료기관의 경쟁구도를 깨고 3차는 중증질환을 보되, 만성질환자의 치료는 1차 의료기관이 할 수 있도록 구도를 짜야 한다.

- 필수의료 분야에서는 계속 '수가' 이야기를 하는데, 국민들은 '결국 또 돈 이야기냐'는 반응이 크다.

▶ 비싼 건강보험료에 비급여까지 있으니 환자들이 혜택을 받는다는 느낌을 못 받는다. 적어도 수가 인상을 통해 환자들에게 제대로 된 치료를 할 수 있도록 국가가 건강보험 이외의 필수의료 지원을 위한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수가 인상은 무분별한 '의료 쇼핑'을 막는 효과도 있다. 건강보험 지출을 조절해 이를 필수의료에 쓸 수 있다고 본다.

- 국민들이 의료계에 보내는 시선이 아직도 따뜻하지는 않은 편이다.

▶ 2000년 의료계가 의약분업 반대 투쟁할 때도 그랬다. 분명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이 늘 거라는 우리의 예측이 맞았는데, '왜 국민들은 의료계 이야기를 안 들어줬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의료계가 사회에 대한 봉사나 환원이 없었던 게 컸다고 생각해서 지금도 대구시의사회는 다양한 의료봉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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