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후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의 두 번째 강의는 박정호 명지대 산업대학원 특임교수가 맡았다. 한국경제산업연구원 부원장이자 신산업과 산업 정책 분야 경제 전문가이기도 한 박 교수는 '2025 경제 전망'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놨다.
박 교수는 금리나 환율 같은 한국 경제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이야기보다는 경제 밖에 있는 변수를 살펴본 후 금리, 환율 등에 대해 논의해 보겠다는 말로 강의 방향을 짚었다.
전 세계의 경제 흐름은 패권국가인 미국의 경제 기조에 영향을 받는다고 말한 그는 대표적인 나라로 일본을 꼽았다. 박 교수에 따르면 일부 학계에서는 20세기 냉전이 종식된 후 진정한 승자는 일본이라고 말할 정도로 일본은 큰 경제적 이득을 취했고 급진적인 경제 성장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 위상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가 1990년대 전 세계 기업 시가총액 순위다. 당시 시가총액이 높은 기업 1위부터 10위까지 나열하니 1위 미국 기업인 IBM 빼고 나머지 9개가 일본 기업이었을 정도다.

1980년대의 화려한 지표를 뒤로하고 일본 경제는1990년대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박 교수는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은 사실상 미국이 만든 것"이라며 "미국은 1980년대 중반부터 일본 경제를 끌어내리기 위한 다각적인 경제 조치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미국이 일본을 상대로 먼저 한 것은 '환율 조치'다. 미국은 1985년 일본과 '플라자 합의'를 맺는다. 이 합의로 1달러당 260엔이었던 일본의 엔화는 120엔대로 떨어졌다. 일본은 경제에 직격탄을 맞게 됐다.
다음은 1986년 '미일 반도체 협정'이다. 미국은 이 협정을 통해 일본산 반도체에 관세를 100%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1990년 일본 반도체 산업 붕괴로 이어졌다. 이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의 반도체 회사들이 급격히 성장했다.
박 교수는 "한국 반도체 회사의 노력을 폄하할 생각이 없다"며 "다만 이처럼 금리, 환율보다 경제 바깥의 요소들이 한 국가의 경제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다"고 언급했다.
이어 "경제 위상이 높다고 '우리 능력이 뛰어난 것'이라고 자만해서도 안 되며 반대로 낮다고 무시하거나 크게 위축될 필요가 없다"고도 덧붙였다.

이러한 원리를 뼈아프게 경험한 일본은 세계 경제를 주도하기 위한 일들을 시작했다. '아베노믹스'와 '인도-태평양 전략'이 그것이다. 특히 일본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 박 교수는 "일본이 벨류체인을 주도하려고 하며 이 상황에서 힘을 실어주는 국가가 바로 대만"이라고 평가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무역이 글로벌 성장을 이끌던 시대도 저물고 기업의 글로벌 활동도 위축됐다고 말한 박 교수는 한국처럼 수출이 중요한 국가에 불리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박 교수는 상황이 암울한 것은 아니라고 당부했다. 미래 산업 중 전도유망한 세 가지, 전기차와 2차전지 그리고 반도체를 모두 잘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미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는 미국에 기가급 공장을 전투적으로 만들고 있다"며 "앵커 기업이 이 정도인데 벤처 기업은 기회가 더 많은 상황이다. 이 낙수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전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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