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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칼럼] 중국이 한국을 훔쳐간다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중국이 아리랑과 판소리 등 한국 무형유산 101건을 자기네 무형 문화유산으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 (중국 '국가급' 유산 20건, '성(省)급' 유산 81건-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표) 우리나라 무형유산을 중국이 자국 유산이라고 지정한 것에는 농악(農樂), 윷놀이, 널뛰기, 그네뛰기, 전통 혼례, 김치와 돌솥비빔밥, 씨름 등이 포함돼 있다. 중국은 한반도에서 기원한 '농악무'를 2009년 인류 무형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하기도 했다. 조선족은 중국인이므로 '조선족 무형 문화유산'은 중국 문화유산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역사·문화 침탈은 매우 집요(執拗)하다. 만리장성(萬里長城)은 1987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당시만 해도 6천352㎞였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길게 연결해(다른 나라가 쌓은 성(城)까지 하나둘 자꾸 연결해) 2009년에는 8천851㎞, 2012년에는 2만1천196㎞까지 늘였다. 고구려가 쌓은 성도, 발해가 쌓은 성도 만리장성의 일부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평양까지 포함된 만리장성 지도가 위키피디아를 통해 유포되고 있다.

중국은 진(秦)나라 시황제(始皇帝: 기원전 246년~기원전 210년) 때 만리장성을 쌓으면서 만리장성 안쪽은 중국, 바깥 쪽은 이민족(異民族) 영토로 여겼다. 명(明)나라가 15세기 이후 성벽을 이어 쌓으면서도 성 밖은 이민족 땅으로 여겼다. 그런데 이제는 다른 나라가 쌓은 성까지 만리장성의 일부라면서 다른 나라 역사와 문화까지 자기네 것이라고 주장한다. 고구려와 발해도 자기네들 역사라는 것이다.

중국은 2002년부터 '동북변강사여현상계열연구공정(東北邊疆史與現狀系列硏究工程)'을 공식 추진하고 있다. 흔히 '동북공정(東北工程)'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말로 풀면 '동북 지방 변경(만주)의 역사와 현재 상태를 아우르는 체계적인 연구 작업'이다. 이 긴 명칭에는 '중국 동북 지방은 (과거에야 남의 땅이든 말든) 현재 중국 영토이므로 이 영토 안에 포함된 모든 역사와 문화는 중국의 것이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고구려도 발해도 중국이고, 만주도 중국이라는 것이다. 그런 식이어서 '조선족의 김치는 중국의 김치'라는 논리가 성립한다.

태평천국의 난(太平天國의 亂·1850~1864년 중국 내전) 당시 중국은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였다. 태평천국군은 '멸만흥한(滅滿興漢), 즉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를 무너뜨리고 한족(漢族)의 나라를 세우자'는 기치(旗幟)를 내걸었다. 만주족을 오랑캐로 규정했으며,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는 중국이 아니라고 한 것이다.

송(宋)나라 무장(武將)이자 학자인 악비(岳飛·1103~1141)는 중국인들이 예부터 매우 존경해 온 인물이다. 중국 북쪽의 여진족이 세운 금(金)나라(1115~1234)가 침공하자 이를 격파해 중국을 지켜 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중국 학교에서는 악비를 특별히 언급하지 않는다. 여진족도, 금나라도 모두 자기네들 역사라고 우기려니 악비의 화려한 전과(戰果)는 묻어야 할 대상이고, 태평천국의 '멸만흥한' 구호는 숨겨야 할 역사인 것이다.

중국이 이처럼 역사를 왜곡(歪曲)하는 것은 거대한 영토와 다민족(56개)으로 구성된 국가를 지키려는 몸부림이다. 그렇더라도 중국이 '고무줄'처럼 역사를 늘이도록 방치(放置)하면 우리 역사가 사라진다. 당장 고구려와 발해 역사, 한국의 아리랑과 김치가 공격받고 있다. 이러다가는 '한국인은 원래 중국인이다'는 말까지 나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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