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정부 비판을 위해서라면 국가 기밀도 공개하는 야당의 몰지각 행태

정부 여당 비판을 위한 정부 기밀문서 공개가 합리화될 수는 없다.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감시·견제도 기밀 공개라는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7일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3급 비밀'이라고 표시된 외교부 공문을 공개한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의 행태는 그런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국립외교원장을 지냈다.

김 의원이 공개한 문건은 '2030 부산세계박람회 판세 메시지 송부'라는 공문으로, '사우디아라비아가 120표 이상 확보하는 건 실현 불가능' '2차 투표에서 한국이 과반 득표로 유치에 성공할 것'이란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실제 투표에선 사우디가 1차 투표에서 119표를 얻어 2차 투표 없이 박람회 유치에 성공했다. 당시 한국은 29표를 얻는 데 그쳤다.

엑스포 유치전에 정보 오판(誤判)이 있었다고 하지만 기밀문서를 공개해야 할 만큼 중차대한 잘못이었는지는 의문이다. 기밀 문건 공개에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문서 유출이) 매우 엄중한 사안"이라며 항의하자 위성락 민주당 의원은 "비밀 급수가 몇 등급이라고 지켜야 한다는 것은 형식에 얽매여 본질을 버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게 본질이 중요하다면 비공개로 비당파적 견지에서 오판의 원인 규명과 개선책 마련을 정부 여당과 논의하면 될 일이다.

'3급 비밀'은 유출(流出)될 경우 국가 안전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어 유출을 엄격히 금한다. 김 의원은 "이 문서가 올해 6월 30일 부로 일반 문서로 재분류된 것"이라며 공개를 합리화했다. 그러나 조 장관의 설명은 달랐다. "보존 기한이 도래한 뒤 'X'를 쳐서 재분류해야 그때부터 일반 문서가 된다"는 것이다. 2019년 외교부는 '3급 비밀'이던 한미 정상의 통화 내용 유출의 책임을 물어 외교관과 야당 의원을 고발한 전례도 있다.

국정감사에서 국회가 정부에 요구한 자료는 반드시 제출해야 하지만 국가 기밀은 제외된다. 정부 여당의 무능을 비판하는 것은 야당의 책무이자 권리이지만 기밀까지 공개하는 것은 면책특권을 악용한 정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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