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와인·국악' 풍류 즐기는 국악와인열차…'인구감소' 영동군에 관광객 유치

국악과 함께 와인 본고장 찾는 '충북영동국악와인열차'…회차마다 전석 매진
열차 한번 운행에 관광객 200여명…"관광객 유입 도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40분 서울역에서 충북 영동역을 향하는 국악와인열차가 대전역에 정차해 있다. 이수현 기자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40분 서울역에서 충북 영동역을 향하는 국악와인열차가 대전역에 정차해 있다. 이수현 기자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다!"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40분. 서울역에서 충북 영동역으로 향하는 '국악와인열차'에선 흥겨운 주연(酒宴)이 펼쳐졌다. 국악인 최한이 씨가 어깨춤을 추며 구성지게 '아리랑'을 부르자, 승객들은 저마다 귀에 익은 소절을 따라부르며 호응했다. 테이블엔 영동에서 재배한 샤인머스캣으로 만든 화이트와인 2병과 안주가 준비돼 여행의 풍류를 더했다. 고요히 도착지를 향하는 일반열차와 달리 한 데 즐기며 어우러지는 광경이 이색적인 풍경을 이뤘다.

지난달 24일 서울역에서 충북 영동역으로 향하는
지난달 24일 서울역에서 충북 영동역으로 향하는 '국악와인열차'에서 국악인 최한이씨가 판소리를 선보이며 흥을 돋우고 있다. 이수현 기자
지난달 24일 서울역에서 충북 영동역으로 향하는
지난달 24일 서울역에서 충북 영동역으로 향하는 '국악와인열차'에 영동산 포도로 빚은 화이트와인이 테이블 위에 비치돼 있다. 이수현 기자

◆국악과 함께 와인 고장 찾는 '충북영동국악와인열차'

와인과 국악을 한껏 즐길 수 있는 이 열차의 이름은 '충북영동국악와인열차'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관광전용열차 중 하나로 영동군이 포도·와인산업 특구로 지정된 이듬해인 2006년 12월 첫 운행을 선보였다. 이후 2009년 3월 '와인인삼트레인', 2011년 6월 '와인시네마열차'를 거쳐 2018년 2월 영동의 명물로 꼽히는 국악·포도의 특색을 동시에 살린 '국악와인열차'가 탄생했다.

2020년 코로나19로 멈춰섰던 이 열차는 2022년 5월 다시 철로를 누비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탑승객은 2022년 2만4천536명, 2023년 4만1천288명, 올해 8월까지 3만1천636명에 달한다. 총 7량(객실 6량)으로 구성돼 주 2~3회 운행되는데, 매 회차마다 전석 매진(245석)될 만큼 인기가 높다.

지난달 24일 조치원역에 일시 경유하는
지난달 24일 조치원역에 일시 경유하는 '국악와인열차' 출발 정보가 열차 승차 안내판에 떠 있다. 이수현 기자

주력 관광 프로그램은 와인 본고장의 특장점을 살린 '영동 와이너리 투어'다. 비정기적으로 봄에는 남원·곡성·구례, 여름에는 동해·충주, 가을에는 정읍·고창·백양사, 겨울에는 해맞이·태백눈축제 등을 찾아가기도 한다.

이날 두 시간가량 달려 영동역에 도착한 승객들은 점심식사 장소인 '와인코리아' 와이너리로 향했다. 오리 로스구이와 '샤토 마니' 드라이 레드·화이트와인(2명당 1병씩)이 4인상에 넉넉히 준비됐다. 코레일 협력여행사 '행복을 주는 사람들' 원종혁 이사는 승객들을 인솔하며 "아침 와인으로 시작해 딱 세 번만 취했다가 깨면 집에 돌아갈 수 있다"며 "50~60대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4일
지난달 24일 '와인코리아' 지하 양조장에 저장된 와인의 모습. 이수현 기자
지난달 24일 충북 영동 농가형 와인너리
지난달 24일 충북 영동 농가형 와인너리 '컨츄리와이너리'에서 김영환 영동군 관광과 주무관이 시음용 와인을 선보이고 있다. 이수현 기자

식사 후 관광객들은 농가형 와인너리(와인 제조장) 중 한 곳인 '컨츄리와이너리'를 관광한 후 영동의 자연을 재현한 '레인보우 힐링센터'를 방문, 와인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와인터널으로 행선지를 옮겼다.

◆열차 한번 운행에 관광객 200여명…"관광객 유입 도움"

지난달 24일 관광객들이 충북 영동 관광명소인
지난달 24일 관광객들이 충북 영동 관광명소인 '와인터널'을 관광하고 있다. 이수현 기자

풍류와 낭만을 싣고 나르는 국악와인열차는 인구감소지역인 영동군에 '효자' 구실을 톡톡히 한다. 정부·인구감소지역 지자체 23곳·코레일이 추진 중인 '지역사랑 철도여행' 관광상품에 국악와인열차가 포함돼 합리적인 가격으로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인구감소지역 관광을 활성화한다는 취지에 맞춰 전체 패키지 가격에 '철도 운임 50% 할인'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일반 객실을 이용할 경우 총 여행비(기차 왕복 기준) 13만4천원, 국악과 레크레이션이 펼쳐지는 객실은 15만4천원에 이용할 수 있다. 영동군 관계자는 "국악와인열차로 고정적인 관광객을 확보할 수 있는데다 한번 운행될 때 200여 명이 유입돼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영동군 인구는 1965년 12만4천여명에 달했으나 이후 1990년 7만6천여명, 2010년 5만600명 등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기준으로는 4만3천여명까지 줄어들어 현재는 지역소멸을 우려하는 지역으로 분류된다. 이에 영동군은 주력 농산물인 포도로 빚은 와인을 비롯해 세계 1위 매장량을 자랑하는 일라이트를 활용한 힐링상품 등 다양한 관광 상품을 개발해 위기를 극복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와인과 국악 등 지역 명물을 살린 국악와인열차는 관광열차를 활용해 지역소멸에 대응하는 우수한 선례"라며 "국악와인열차와 같은 관광열차를 추가 발굴해 인구감소위기를 겪고 있는 지역에 필요한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덕현 컨츄리와이너리 대표가 지난달 24일 충북 영동군 영동읍
김덕현 컨츄리와이너리 대표가 지난달 24일 충북 영동군 영동읍 '컨츄리와이너리' 양조장에서 국내산 와인 제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수현 기자

◆충북 영동 '와인 1번지' 컨츄리와이너리…"3대 전통 이어 한국형 와인 생산"

"3대의 전통을 이어받아 국내 최고의 와인을 생산합니다.".충북 영동군 영동읍 '컨츄리와이너리'는 영동산 포도로 3대째 가업을 잇는 '와인 명가'다. 김덕현 컨츄리와이너리 대표는 1대인 할아버지 김문환 대표, 2대인 아버지 김마정 대표를 이어 국내산 와인 생산을 이어가고 있다.

영동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농가형 와이너리(와인 제조장)를 보유하고 있는 지역이다. 중부내륙 추풍령자락에 위치한 영동은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풍부하며, 강우량이 적어 포도 재배 최적지로 손꼽힌다. 컨츄리와이너리 양조장이 있는 영동읍 주곡리마을은 영동 포도의 최초 시배지이자 전국적으로 '명품 포도 1번지'라고도 불린다.

코레일에 따르면 현재 충북영동국악와인열차를 포함해 전국 명소를 잇는 관광열차 12개가 운행 중이다. 코레일 제공
'컨츄리와이너리'에서 생산된 와인이 포장 단계를 거치는 모습. 이수현 기자

컨츄리와이너리 역시 영동의 내로라하는 와이너리 중 한 곳이다. 김 대표는 가업의 명성을 잇기 위해 캠벨얼리(Campbell-early)·산머루(Wild-Grape) 포도를 직접 재배해 와인을 빚고 있다. 특히 컨츄리와이너리에서 생산되는 와인에는 산화방지제나 소르빈산(보존료) 등을 일절 첨가하지 않고 특유의 방법으로 내츄럴와인을 생산한다.

포도를 원료로 한 와인(과실주)으로는 대한민국 최초로 '술 품질 인증 국가 지정'을 획득하기도 했다. 현재 생산되는 와인은 ▷컨츄리 캠벨 스위트 ▷컨츄리 캠벨 드라이 ▷컨츄리 산머루 스위트 ▷컨츄리 산머루 드라이 총 4종이다.

김 대표는 "누군가에게는 컨츄리와인이 인생 첫 와인이 될 수 있다는 양조철학을 갖고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며 "올바른 가족 기업 문화를 선도하고 우리 와인 시장을 넓히기 위해 품질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레일에 따르면 현재 충북영동국악와인열차를 포함해 전국 명소를 잇는 관광열차 12개가 운행 중이다. 코레일 제공

◆백두대간협곡열차·동해산타열차…전국 명소 달리는 '관광열차' 인기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관광전용열차는 충북영동국악와인열차 외에도 전국 관광지를 누비는 이색열차로 인기가 높다.

강원 강릉에서 경북 봉화의 분천 산타마을을 잇는 '동해산타열차'는 푸른 물결을 따라 철로를 달리며 절경을 선사한다. 낙동강 물줄기를 따라 달리는 '백두대간협곡열차'(V-Train)는 국내 가장 깊은 협곡의 비경을 두 눈에 담을 수 있는 열차다.

코레일에 따르면 현재 충북영동국악와인열차를 포함해 전국 명소를 잇는 관광열차 12개가 운행 중이다. 주요 노선을 오가는 '정기관광 전용열차' 6개(24칸)와 관광객 모집 후 비정기적으로 운행하는 '임시관광 전용열차' 6개(47칸)가 운영되고 있다. 주요 관광지를 잇는 동시에 이벤트 열차 또한 운영돼 기차여행을 즐기는 관광객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

경북을 지나는 대표적인 관광열차로는 '동해산타열차'가 있다. 이 열차는 강릉역부터 봉화 분천역을 연결하는 총 183석의 열차로 매주 목요일부터 월요일까지 운행된다. 푸른 동해 바다를 따라 달려 도착한 분천역 산타마을에서는 1년 내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경북 영주∼분천∼강원 태백 철암을 잇는 '백두대간협곡열차'는 백두대간의 협곡을 가로지른다. 천장을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유리로 장식돼 대자연의 신비로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열차로 유명하다. 월요일까지 운행되며 현재 158석으로 운영되고 있다.

남도해양권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남도해양열차(S-train)'도 인기를 끈다. 이 열차는 전라선·경전선 두 노선으로 운영되는데 전라선은 서울~여수까지, 경전선은 부산~광주까지 운행된다. 청량리역에서 정선아리랑 발상지 아우라지까지 연결되는 '정선아리랑열차(A-Train)', 세계 최초 한옥식 온돌마루 좌석을 갖춘 '서해금빛열차'도 지역 특색을 살린 열차로 꼽힌다.

유람선과 기차를 접목한 열차도 관심을 받고 있다. '레일크루즈 해랑'은 땅 위의 유람선으로 바다 위를 항해하는 유람선을 철도와 접목한 새롭고 유일한 숙박형 관광열차다. '레일크루즈 해랑' 열차는 올해 추석 안동하회마을 관광 등 경북 안동에서 스페셜 투어를 진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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