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9개 시·도급 소방본부 중 상당수가 지난해 화재안전조사 결과를 10%도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제성이 없는 관련법 조항 탓에 국민들의 알 권리가 침해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최근 2년간 화재안전조사 공개 현황'에 따르면 전국 19개 시·도급 소방본부는 지난해와 올해(1~8월) 각각 6만7천153건, 6만5천180건의 화재안전조사 계획을 공개했으나 실제 결과가 공개된 것은 7천721건(11.5%), 1만102건(15.5%)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 각 소방본부 중 지난해와 올해 1~8월 모두 화재안전조사를 계획대비 10% 이상 공개한 소방본부는 지난해 155.3%, 올해 100.5%를 기록한 대구를 포함해 강원, 부산 등 3곳뿐이다.경북과 경남, 울산, 대전 등 10곳은 지난해와 올해 화재안전조사 결과를 한 건도 공개하지 않았다.
화재안전조사는 소방당국이 건물 등의 소방시설이 적법하게 설치·관리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활동을 뜻한다. 지난 2021년 '화재의 예방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화재예방법)' 제정 시 실시 계획 및 결과를 홈페이지 등에 공개하도록 했다.
문제는 현행법상 화재안전조사 공개 의무가 없다는 점이다. 화재예방법에 따르면 소방서장은 화재안전조사를 할 때 사전에 관계인에게 통지하고 이를 누리집 등을 통해 '공개해야 한다'고 의무 규정하고 있지만, 정작 조사 후 결과는 '공개할 수 있다'고 임의 조항으로 남겨두고 있다.
법령 위반 내용까지 공개범위를 넓히겠다는 입법 취지와 달리 공개된 조사 결과에도 세부 내용은 알 수 없는 상태다. 대구소방안전본부 누리집에 게시된 소방서별 화재안전조사 공개 결과에는 조사 대상 건물의 이름과 주소, 소방시설 및 피난·방화시설의 적합 여부만 공개돼 있을 뿐 자세한 위반 내용은 알 수 없었다.
용 의원은 "지금처럼 화재안전조사 결과가 공개되지 않으면 건물에 소방시설이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거나 화재 이력이 있어도 일반 시민 입장은 모른 상태로 이용할 수밖에 없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앞장서 지켜야 할 소방당국이 의무가 없다는 점을 방패 삼아 사실상 공익적 제도를 유명무실하게 운영하고 있다. 화재안전조사 결과 공개를 의무화하고 공개 범위를 확대하는 화재예방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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