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재보복 시점과 방식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대한 지상전에 힘을 쏟고 있는 이스라엘은 조만간 이란에 대한 재보복도 강행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란은 지난 1일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헤즈볼라 지도자를 암살한 데 대한 보복을 단행한 바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시시간) 전화로 대이란 보복 계획을 논의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에 대한 보복을 단행하면 중동 전체가 미국과 이스라엘에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점에서 협상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 중동 걸프 7개국(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이 중립을 선언해 사실상 이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럴 경우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이스라엘, 이란 석유 시설 공급?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공습을 두고 논의를 시작했다. 8일 미국 악시오스는 복수의 미국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가 9일 오전 중요한 전화 통화를 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향해 보복을 공언한 상황에서 양국 정상이 통화에 나서면서 이스라엘의 결단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양국 정상이 전화 통화에 나서는 것은 가자지구 휴전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던 지난 8월 이후 2개월여 만이다.
이스라엘은 이후 미국에 자세히 알리지 않고 무선호출기 동시 폭발 테러를 가하고 표적 공습을 통해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제거하면서 중동 정세를 격랑으로 몰아넣었다.
이란이 보복 차원에서 대규모 미사일 공습에 나서자 이스라엘은 재보복을 공언하면서 일촉즉발의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이란에 대한 보복 방식과 분쟁 상황 등을 논의할 것으로 관측됐던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의 방미 일정이 막판에 연기되면서 양국 간 갈등설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부대변인은 8일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히고 연기 사유에 대해서는 이스라엘 국방부에 알아보라고 했다.
이스라엘 언론은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이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기 전까지 방미를 승인하지 않겠다는 뜻을 갈란트 장관에게 전화로 알렸다고 보도했다.
앞서 네타냐후 총리는 7일 밤 내각과 군, 정보기관 수장 등을 불러 공격 규모와 시기 등에 대해 논의했다. 관계자들은 보복이 상당한 규모가 될 것이며 이란 군사시설에 대한 공습과 하마스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암살 때와 같은 은밀한 작전이 결합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란의 핵 시설과 석유시설에 대한 공습을 가장 유력하게 보고 있다.
◆비밀리에 휴전 협상 개시
미국과 아랍국가들이 중동 지역 모든 전선의 휴전을 위해 이란과 비밀 회담을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스라엘 채널12 방송은 이스라엘이 현재 이 회담에 관여하지 않고 있지만 고위 당국자들이 이에 대한 통보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한 고위 당국자는 "(레바논 남부) 리타니강 너머로 (헤즈볼라를) 철수시키고 국경 근처 지역의 모든 헤즈볼라 군사기지를 해체하는 것을 포함하는 휴전이 우리측 조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널12는 미국·아랍국과 이란의 물밑 협상이 가자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분명하다고 관측했다.
이스라엘은 인질 협상 이후에도 하마스와 계속 싸우기를 원하고, 하마스는 이스라엘군 철수를 요구하고 있어 다른 전선보다 상황이 복잡해서다.
이스라엘의 최우방인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유엔은 긴장 완화를 위해 이스라엘에 휴전을 압박하고 있다.
헤즈볼라도 휴전 협상 기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헤즈볼라 2인자(사무차장) 나임 카셈은 이날 연설에서 "베리(레바논 의회 의장)가 휴전이라는 명목으로 이끄는 정치 활동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는 가자지구 휴전 없이는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활동을 멈추지 않겠다는 헤즈볼라의 기존 입장이 변한 것인지는 불분명하지만 '휴전 협상에 여지를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8일부터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순방에 들어갔다.
이란 국영 IRNA 통신 등에 따르면 아락치 장관은 출국을 앞두고 취재진에 "이번 출장의 목적은 중동 상황을 협의하고 레바논과 가자지구에서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의 범죄를 멈추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락치 장관은 사우디에 이어 주변국을 추가로 찾을 예정이지만 사우디 외 방문국이 어디인지, 순방 기간이 언제까지인지 등 구체적인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헤즈볼라가 입장을 전환한 것이라고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은 데다 이스라엘도 외교적 해법에는 관심이 없어 당장 휴전 협상이 진전을 보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외교적 모멘텀을 창출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레바논에서 일하는 한 외교관은 이스라엘의 지배적인 논리는 이제는 외교라기보다 군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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