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부모 극성에 '담임 못하겠다', 작년 담임교사 203명 교체

전북 교사노조를 비롯한 교원단체들은 8일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악성 민원 학부모 대응책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전북 교사노조를 비롯한 교원단체들은 8일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악성 민원 학부모 대응책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전국 국공립 초·중·고등학교 담임교사 200여 명이 학년 중 교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년 새 2배 넘게 증가한 수치로 상당수는 학부모의 악성 민원 때문으로 드러났다.

전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1년여 만에 담임교사 다섯 명이 교체되는 일이 벌어지면서 교권 확립의 필요성이 교육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9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전국 국공립 초·중·고 담임 교체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한 학년이 끝나기 전 중도 교체된 담임 수는 총 203명으로 집계됐다.

교체 담임 수는 2020년 71명에서 점차 대면수업이 시행된 2021년 142명, 2022년 206명으로 급격히 늘었으며 지난해도 203명에 달했다.

지난해 교체된 담임 중 61.6%인 125명은 초등 교사였다. 중학교 36명, 고등학교 42명이 도중에 바뀌었다.

올해 1∼7월까지는 88명의 담임이 교체됐다. 초등학교 50명, 중학교 18명, 고등학교 20명으로 나타났다.

담임 중도 교체 사유는 지난해의 경우 '교사의 요구 때문인 것'이 124명, '학부모의 요구 때문인 것'이 79명이었다. 올해는 55명이 교사, 33명이 학부모의 요구에 따라 바뀌었다.

지난해 기준 중학교(31명)와 고등학교(33명)에서는 교사의 요구 때문인 교체가 학부모의 요구 때문인 교체(각 5명, 9명)보다 많았다. 그러나, 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 요구에 따른 교체가 65명으로 교사 요구에 의한 교체 60명보다 많았다.

교원단체들은 담임 업무에 대한 부담뿐 아니라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 등으로 담임직을 꺼리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데다 교장 등 교내 관리직급이 학부모와 갈등을 피하려고 담임을 임의로 교체하는 사례도 많다고 지적했다.

경북에서 재직 중인 한 초등 교사는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을 보면 말해주고 싶고, 고칠 수도 있는데 학부모에게 책 잡힐까 봐 '그냥 두자'고 넘어가게 된다. 교실 현장에서 억울한 점이 너무 많다. 현실적으로 고운 말만 해서 교육 되는 게 아니지 않나"고 했다.

또 "교장, 교감선생님의 교권보호 관련 역할이 구체적으로 부여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학부모 억지 민원이 들어오면 '니가 참아라'며 전달해주는 통로밖에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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