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찾은 대구 서문시장 동산상가. 상가로 들어가는 문을 열자마자 눈에 명품 브랜드 로고가 붙은 가방과 의류가 들어왔다. 공휴일을 맞아 구경 온 손님들로 북적이는 상가 곳곳에는 명품 브랜드를 복제한 위조상품이 자리했다. 가방, 모자, 스카프, 티셔츠, 바지, 벨트 등 품목도 다양했다. 상표가 붙지 않은 상품을 주로 파는 상가에도 꼭 가방이나 모자 같은 명품 위조 잡화가 한두 개씩은 걸려 있는 모습이었다.
유명 로고가 붙은 옷이나 신발을 가리키며 얼마냐고 묻자 적게는 수만원에서 수십만원의 가격이 돌아왔다. "내가 하나 사줄 테니까 골라." 유명 스포츠 브랜드 위조상품을 도매로 판매하는 한 상가에서 사람 몸집만 한 비닐 봉투를 든 한 고객이 자신의 친구에게 말했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한 아이는 같이 온 아빠를 향해 "여기 ○○○ 가방도 판다"며 손가락으로 상품을 가리켰고, 가족들과 함께 상가 앞을 지나가던 중년 여성은 "로고가 너무 적나라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문시장 '짝퉁' 판매 문제가 숙지지 않는 모습이다. 9일 특허청 상표특별사법경찰(상표경찰)은 지난 9월 10~11일 서문시장에서 위조상품 단속을 벌여 상표법을 위반한 혐의로 A(64)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명품 브랜드 L사 가방 등 위조상품 1천100여점(정품 시가 21억원 상당)도 압수했다고 밝혔다.
상표경찰은 영남지역 최대 전통시장인 서문시장에 패션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이 밀집된 시장 특성을 악용해, 방문객을 상대로 유명 상표를 도용한 저가 위조상품을 판매하는 행위가 심각해 단속 활동을 펼쳤다고 설명했다.
이번 단속 현장에서는 단속을 피하려 매장 상호 나타내는 안내표지를 설치하지 않거나 커튼으로 매장 내부를 가린 상태로 운영하는 행위가 확인됐다. 하지만 이런 특허청의 위조상품 단속에도 여전히 상품 판매는 성행하는 모습이었다.
동산상가에서 옷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예전보다 짝퉁 파는 상가는 많이 줄었고, 짝퉁 의존도도 많이 떨어졌다"면서도 "지난 추석 때쯤 특정 층 몇 곳이 단속에 걸려서 상품을 뺏겼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다른 상인은 "상인들끼리 연락책이 있어서 단속 나오면 점포를 닫아버리는 식으로 단속을 피한다더라"며 "그래도 단속 올 때마다 걸린 상품을 손수레에 싣고 끌고 가는 게 보인다. 수시로 단속하러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허청과 별개로 대구 경찰 역시 관련 신고가 들어오면 지구대에서 출동해 물건을 압수한다. 경찰 관계자는 "연간 관련 신고가 3~5건 정도 들어온다. 명품 등 제조사에서 상표단속권을 위임받은 위탁 단속 업체가 주로 신고를 한다"며 "신고가 들어오면 물건을 압수하러 가고, 특허청에서 추후 조사를 위한 출석 요구를 한다. 상표법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입건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짝퉁' 문제는 국내 기업 역시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 기업 상표를 침해하는 전 세계 위조상품 무역 규모는 2021년 한 해 11조원으로 추산되며, 이로 인해 1만3천여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허청 상표경찰은 이번 대구 서문시장에 이어 부산 국제시장 등 전국 유명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지자체와 협력해 위조상품 단속에 나설 계획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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