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민주당 의도한 것 의심 피하지 못하는 헌법재판소 마비 현실화

'헌법재판소 10월 마비설'이 현실화하고 있다. 국회 추천 몫 재판관 3명의 임기가 17일 만료되지만 후임자 추천권을 놓고 여야가 맞서면서 기능 정지가 불가피해졌다. 헌재는 재판관 9명 중 7명 이상 출석해야 사건을 심리(審理)할 수 있다. 후임 재판관은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까지 한 달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기능 마비는 기정사실이다.

8일 있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심판 2차 변론 준비 기일에서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 문형배 재판관이 변론 불능 상태에 놓일 헌재에 대한 국회의 입장을 따져 물었다. 이 위원장의 탄핵 심판 변론이 다음 달 12일로 예정돼 있는데 정족수 미달로 진행이 불가능한 탓이다. 국회 측 대리인 임윤태 변호사는 "특별히 (입장이)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무책임하다.

헌재 마비의 부작용은 엄청나다. 우선 민주당 관련 수사를 했다 탄핵 소추당한 검사 등 공직자들의 직무 정지가 장기화하는 것은 물론 민주당이 헌재 마비를 이용해 탄핵 소추를 남발(濫發)할 경우 업무가 장기간 정지되는 공직자가 더 늘어난다. 정부 여당이 거야(巨野)의 폭주에 저항할 수 있는 권한쟁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도 불가능해진다. 국민의 삶과 사회 질서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여러 사안에 대한 헌법적 판단이 중지돼 큰 혼란이 초래된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모든 것을 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공백을 메워 민주주의가 잘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관례이다. 2000년 이후 여야가 1명씩 추천하고 1명을 합의로 정해 왔는데 그게 바로 관례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를 깨고 국회 추천 몫 3명 중 2명을 가져가겠다고 한다.

그 이유가 대통령 탄핵 사전 정지 작업 차원의 진보 성향 재판관 수 늘리기 시도가 아니냐는 소리까지 나온다.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1심 판결에서 실형이 선고될 경우 판사에 대한 방탄용 탄핵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헌재 마비는 의도한 것이라고 의심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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