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나 지속될 것 같았던 무더위도 끝나고, 주말이면 늘 쏟아지던 폭우도 마침내 가을에 자리를 물려주어서, 전형적인 푸른 하늘과 높은 뭉게구름이 우리를 유혹한다. 들에는 국화며 코스모스가 피어나고, 산행길에서는 구절초와 쑥부쟁이를 반갑게 만날 수 있고, 지난 주에 소아청소년과 의사회의 야유회에서는 황매산의 흐드러진 억새사이로 이름모를 꽃들이 고개를 내밀기도 한다.
이런 가을 꽃들은 오랜 겨울의 혹한에서 기다리던 봄꽃의 아름다움과 설레임에 비하여 전혀 모자람이 없이 우리를 즐겁게 하고 새로운 감동을 준다.
외래에서 영유아 검진을 하거나 발달이 지연된 환아를 볼 때에 남자 아이들이 말이 늦는 경우가 많은데, 다른 특별한 이상이 없으면 걱정하는 부모님에게 "가을에 피는 꽃입니다. 빨리 피는 봄꽃도 이쁘지만, 진득하게 가을에 피는 꽃도 그 못지 않습니다"라고 종종 위로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실제로 남자 아이의 뇌와 여자 아이의 뇌는 다르다.
여자아이는 왼쪽과 오른쪽 뇌를 연결하는 부위인 뇌량(corpus callosum)이 남자 아이보다 10%쯤 더 두텁고 넓기 때문에 언어능력이 뛰어나고 공감 능력이 우수하다. 말을 할 때 남자는 주로 왼쪽 뇌를 사용하지만, 여자는 왼쪽 뇌와 오른 쪽 뇌를 모두 사용한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커피를 타면서, 전화를 받고, 복사를 하고, 토스트를 굽는 여러가지 과제를 주었을 때, 여자는 쉽게 해내는 반면 남자들은 힘들어 한다. 여자아이들은 말도 잘하고, 얼굴도 잘 기억하고, 공감 능력이 뛰어나면서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잘하니, 엄마들이 믿음직하게 생각하는 반면에, 말문이 트이는 것도 늦고, 말귀도 잘 알아듣지 못하고, 불러도 대답도 하지 않는 남자아이는 엄마를 무시하는 것만 같아 엄마의 시선이 곱지 않다.
하지만 남자의 뇌는 여자의 뇌보다 더 크고 무거운데 신경세포인 뉴런이 약 40억 개나 더 많기 때문이다. 특히 오른쪽 두정엽이 훨씬 더 크고, 이곳은 공간 능력에 관여하는 부위이어서 남자들은 공간 능력이 뛰어나다. 따라서 남자아이들은 설명서를 보면서 맞추는 조립식 장난감을 좋아하고, 동서남북이 그려져 있는 지도를 쉽게 읽어내고, 자라서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주차할 때에 남자와 여자의 공간 개념의 차이는 극명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이러한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간단하게 이야기 하면, 대체로 여자는 공감능력이 뛰어나고 남자는 체계화능력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할 수 있다. 공감을 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될 수 있는 능력으로 그 사람의 마음에 들어가서 '이럴 것이다' 라고 느끼는 것이다.
체계화 능력이란 것은 사물을 분석하고 탐색하여 그것이 어떤 구조로 어떤 시스템 안에서 있는지 한번에 재빨리 잡아내는 것이다. 신은 공평하게도 남자에게는 높은 체계화 능력을, 여자에게는 높은 공감 능력을 주었다. 하지만 남자들이 가진 높은 체계화능력은 전문적인 일을 할 때는 빛을 발하지만, 일상 생활에서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을 할 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고 공감능력이 더 위력을 발휘한다.
하버드 대학 아동심릭학과의 댄 킨들런( Dan Kindlon) 교수는 여학생이 공부, 운동, 친구관계, 미래에 대한 비전, 리더십 등 모든 면에서 남학생을 능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알파걸이라고 명명하였다. 하지만 남자아이들은 상대적으로 공간 능력이 우수하고 집중력도 높고,. 전체를 꿰뚫어보는 눈이 있으며 감성과 이성을 분리할 줄 알고, 운동능력이 뛰어나며 도전 정신이 탁월하다.
하지만 어린 시절에 끊임없이 여자 아이와 비교 당하면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나는 할 줄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편견이 자신도 모르게 각인되면서 자아존중감이 떨어지게 양육되는 남자아이를 보면 무척이나 안타깝다.
봄꽃이 아름다운가? 가을 꽃이 아름다운가? 모두 아름답지만 서로 틀리는 것은 아니며 피어나는 시기가 다를 뿐이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남자 아이와 여자아이의 다른 것을 이해하고 느긋하게 기다리며, 끊임없이 사랑을 주어야 아름다운 봄 꽃과 가을 꽃이 조화를 이루는 아름답고 향기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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