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료 미래를 위한 고언(苦言)] "정부·의료계 모두 한 발씩 물러서지 않으면 해법은 없다"

3. 이동구 전 대구의료원장

이동구 전 대구의료원장. 이화섭 기자.
이동구 전 대구의료원장. 이화섭 기자.

이동구 전 대구의료원장은 1998년~2010년까지 12년간 대구의료원장으로 일했고, 퇴임 이후에는 계명대동산병원 석좌교수, 칠곡가톨릭병원 명예원장, 이시아요양병원장 등으로 재직해왔다. 대학 교수부터 일반 의원, 공공병원, 요양병원 등 의료계의 다양한 위치에 있었던 만큼 현재 의료계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에 대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 대구의료원장 재직 전에는 일반 의원도 운영해보셨고, 경북대 의대에서 교수로도 재직하신 바 있다. 의료계 여러 위치를 두루두루 경험해보셨기에 지금의 의료공백을 보는 느낌도 남다를 것 같다.

▶ 증원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 입장이었는데 정부의 '의료를 대하는 태도'가 너무 졸속적이었다는 게 문제가 커진 원인이라 본다. 정부는 의학 교육이 '학생들이 그냥 학교 가서 책 가지고 공부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의대 교육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 정책을 구성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적어도 의사 양성이 가능한 교육 기반을 만들어 놓고 그 다음에 의대 증원을 해야하지 않는가.

- 의료계의 현재 대응 방법은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하다.

▶ 의료계도 정부가 워낙 강하게 밀어붙이니까 사직서 내고 병원을 떠나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봤겠지만 환자 곁을 떠나는 방식으로 대응한 건 잘못했다고 본다. 환자를 떠나는 의사는 있을 수 없지 않은가. 의사들은 노동자가 파업한다고 공장 문 닫듯이 투쟁해서는 안 된다.

-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과연 이렇게까지 해서 전문의를 하는 게 맞나'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다.

▶ 이해한다. 상급종합병원들이 전공의들을 '수련'이란 이름으로 착취해 온 부분을 인정해야 한다. 전공의들이 나간 데에는 정부의 졸속적 정책에 대한 반발도 있지만 결국 병원에 대한 비판도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한다. 당장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이후 상급종합병원이 적자를 보고 있다는 건 그만큼 전공의들이 저렴한 노동을 제공했다는 말이다. 의료계도 정부도 전공의들에게 "복귀하라"고 말만 할 게 아니라 이번 기회에 병원장들이 모이든, 대한병원협회가 추진하든 전공의들의 처우 개선에 대한 방안을 만들고 이를 정부에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 '대구의료원'이라는 공공의료의 한 부분을 맡으시면서 가장 문제가 됐던 점은 무엇이고, 이를 개선하려면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 가장 힘든 게 의사를 구하는 일이었다. 당시 냈던 아이디어가 지역 대학병원의 인력을 교류하면서 대구의료원 의사들도 대학병원에서 많은 사례를 공부하고, 지역 대학병원 교수들도 대구의료원에서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지금 경북대병원과의 교류로 어느정도 시행되고 있지만 더 확대됐으면 한다. 또 의대에서 학생을 선발할 때 아예 응급의학이나 의공학, 기초의학, 공공의료 분야에 몸담을 학생을 정원 안에서 개별로 먼저 선발해 가르치는 방법도 고민해 봤으면 한다. 그렇게라도 해서 의대가 의사만 배출하는 게 아니라 의료와 관련한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키워야 한다.

- 지금의 의·정갈등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법을 못 찾고 있다.

▶ 정부도 양보해야 되고 의료계도 양보해야 된다. 자기 주장을 그냥 그대로 관철시키는 해법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먼저 정부는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과 같은 인적 쇄신을 해서라도 협상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 또 의료계도 이번을 계기로 국민들로부터 쏟아져 나온 비판을 달게 받고 젊은 의사 인력을 제대로 키워내기 위한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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