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요일 아침] 대북전단과 오물풍선이 불러온 전쟁 위기

허신학 윈지코리아컨설팅 대표

허신학 윈지코리아컨설팅 대표
허신학 윈지코리아컨설팅 대표

지난 4월부터 휴전선을 중심으로 남북 간 대북전단-오물 풍선-대북 확성기로 이어지는 대응과 맞대응의 악순환이 반복되며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대북전단 살포가 남북 간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라는 것은 확실하다.

탈북민 단체가 북한으로 전단지 풍선을 보내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다.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대형 풍선을 사용해 전단지, USB, 라디오 등을 북한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지 살포는 북한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며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켰다. 특히 2020년 6월에는 북한이 남한의 전단지 살포에 강하게 항의하며 개성에 위치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의 시작은 탈북민 단체가 대북전단 살포를 재개한 것을 북측이 문제 삼으면서 시작되었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북송은 2024년 4월 9일에 재개되었고, 5월과 9월 사이에 총 51회 살포되었다. 북한은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대응으로 5월 28일부터 22차례에 걸쳐 5천500여 개의 오물 풍선을 남한으로 부양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오물 풍선에 대응해 6월 9일부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며 대응 수위를 높여 왔고, 9월 23일 "북한의 쓰레기 풍선으로 우리 국민 안전에 심각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선을 넘었다고 판단될 경우 우리 군은 단호한 군사적 조치를 시행할 것입니다"라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이후 10월에는 평양 상공에 무인기를 침투시켜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일까지 발생하며 남북 간 위기 상황은 계속 고조되고 있다.

평양 상공 무인기 침투에 대해 북한 외무성은 중대 성명을 발표하며 "한국이 10월 3차례에 걸쳐 무인기를 평양 상공에 침입시켰다"며 "중대한 정치·군사적 도발로 간주한다"고 경고했다. 이후 북한은 전방 8개 포병여단에 '완전사격준비태세'를 내리는 등 군사적 후속 조치까지 실행했다.

탈북민 단체가 시작했지만 지금은 군이 개입하는 상황으로 치달은 것이다. 객관적 팩트로 보면 현재까지 상황을 공세적으로 주도한 쪽은 남측이라는 관측이 다수다. 정부가 공식적 혹은 비공식적으로 대북전단 살포를 방조하거나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단체를 지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이재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통일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통일부는 2022년과 2023년 자유북한방송의 '북한자유주간' 행사에 국정원의 정보사업비를 받아 보조금을 지급했고 2024년에는 통일부가 보조금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부승찬 민주당 의원은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대북전단 풍선 관련 임무가 부여된 국토교통부, 통일부, 경찰청, 합참 등 4개 기관 가운데 합참만 아무런 실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합참의 임무 방기로 휴전선 일대 드론·풍선 불법 비행 통제 체계가 완전히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대북전단 살포가 표현의 자유이기 때문에 규제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납득할 수 없을뿐더러 국민 여론에도 반한다. 자료에 의하면 대북전단이 불러온 북한의 오물 풍선 낙하로 우리 국민 2명이 부상을 입었고, 서울시와 경기도가 파악한 피해 규모는 9월 26일 현재 72건, 액수로는 3억원을 넘어섰다.

이재강 의원실이 여론조사기관 윈지코리아에 의뢰해 지난달 27~2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북전단 살포에 관해 '남북 긴장 조성 행위'라고 답한 응답자가 62.2%로 '표현의 자유'(27.7%)라는 응답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북전단 살포는 남북 관계를 긴장시킬 뿐 아니라 정전협정 위반·항공안전법 등 현행법 위반이다. 정부와 당국이 대북전단 살포를 수수방관하는 사이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낳았고 일촉즉발의 군사 충돌 위기 상황으로까지 확대되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끔찍한 참변"을 말했고, 국방부는 "북한 정권의 종말"을 이야기하며 서로를 위협하고 있는 이 상황이 위태롭기만 하다. 지금 당장 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지금은 강 대 강 대치가 아니라 긴장 완화와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 간 상호 조치가 필요하다. 남북한이 서로 대북전단이나 오물 풍선 같은 걸 보내지 말자고 유예 조치를 하는 게 현실적인 문제 해결 방법이다. 어떠한 전쟁도 평화보다 우위에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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