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5일 치러질 미 대선이 다가오면서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서로 적진(敵陣)에 뛰어들어 표심을 공략했다. 해리스는 적진인 공화당이 출발한 위스콘신 공략에 나섰고, 트럼프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고향인 펜실베이니아에서 유세를 벌였다. 공교롭게도 두 지역 모두 러스트 벨트(rust belt·쇠락한 오대호 연안 공업지대)에 포함돼 결코 놓칠 수 없는 지역이다.
◆트럼프, 펜실베이니아 공략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선거인단 19명이 걸린 최대 경합주 펜실베이니아 스크랜턴에서 셰일가스 등 화석 에너지원을 적극 개발하겠다고 거듭 공약했다. 스크랜턴은 바이든 대통령이 나고 자란 고향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선 적진 공략에 나선 셈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스크랜턴에서 행한 유세에서 "(대선에서 이기면) 취임 첫날 나는 펜실베이니아 에너지 노동자들에게 '프랙(frack·셰일가스 생산을 위한 수압파쇄법), 프랙, 프랙', '드릴(drill·시추), 드릴, 드릴'을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날 수압파쇄법과 시추를 강조한 것은 펜실베이니아주 경제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셰일가스 등 화석 에너지원 생산에 생계가 걸린 유권자들 표심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수압파쇄법의 경우 대선 경쟁자인 해리스 부통령이 과거 환경 오염 우려 등을 이유로 반대를 표명했다가 '허용' 입장으로 돌아섰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의 이 같은 입장 변화를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는 2000년대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4연승(2000∼2012년)을 안긴 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던 곳이다.
그러나 직전인 2020년 대선에서 현직이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득표율 1.2% 포인트 차로 펜실베이니아를 내줬고, 결국 대선 패배의 쓴 잔을 마셨다.
박빙 승부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한 데는 '고향' 프리미엄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고향 스크랜턴이 포함된 래커워너 카운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9% 포인트 차(54% 대 45%)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겼기 때문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자신이 7월 유세 때 피격당한 장소인 펜실베이니아주 서부 버틀러를 다시 찾아 자신을 지지하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 유세를 벌인 바 있다.
◆해리스, 적진 위스콘신 유세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3일 공화당 탄생지인 위스콘신 리펀에서 반트럼프 유권자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리펀은 1820년 미주리 타협에도 불구하고 노예제도를 남부 지역 뿐만 아니라 북부로 확대할 수 있도록 한 '캔자스 네브래스카 법'이 통과된 것에 반발하는 정치인의 모임이 1854년 열렸으며 이것이 공화당이 탄생하는 계기가 됐다.
해리스 부통령 입장에서는 적진인 셈이다. 이날 유세는 공화당 내 '반(反)트럼프 세력'의 상징인 리즈 체니 전 하원의원이 동행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 헌법을 수호하겠다는 우리의 선서는 신성하며 그 선서는 존중돼야 하고 결코 깨서는 안 된다"면서 "이번 선거에서 미국 국민이 직면한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누가 그 선서를 따를 것인가'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경쟁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을 거명하며 "거기에 나와 트럼프 간 심대한 차이가 있다"면서 "그는 미국 헌법을 수호하겠다는 선서를 위반했다. 분명히 말하건대 그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또 그렇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결과 수용 거부 및 1·6 의사당 폭동 사태 선동 등을 강하게 비판했다.
체니 전 의원은 이날 "나는 트럼프가 스프레이로 태닝을 하기 전부터 공화당원이었다"면서 "나는 가장 보수주의적 가치가 미국 헌법에 대한 충성인 것을 안다"고 말했다.
이어 1·6 사태 당시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언행을 비판한 뒤 "미국에서 누가 우리를 통치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폭력이 아니며 폭력이 돼서도 안 된다.
체니 전 하원의원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 부통령을 지낸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딸이다.
해리스 부통령의 이번 일정은 미국 대선이 초박빙으로 흐르는 상황에서 중도 우파 성향의 공화당 당원을 공략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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