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위상 잃어가는 삼성전자, 위기론 불식하라

'5만 전자' 내려앉은 주가…세계 최고의 직장 1위 자리도 내줘
반도체 경쟁력 회복 관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 화면에 삼성전자 주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장 대비 2.32% 내린 5만8천9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지난해 3월 16일 이후 1년 7개월 만에 종가 기준 6만원 선을 내줬다. 연합뉴스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 화면에 삼성전자 주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장 대비 2.32% 내린 5만8천9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지난해 3월 16일 이후 1년 7개월 만에 종가 기준 6만원 선을 내줬다. 연합뉴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전자에 위기감이 엄습하고 있다. 3분기 실적에 대한 실망감으로 주가는 연일 신저가를 경신하고 있다. 첨단 산업을 주도해왔던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시대에 대응하지 못하고 뒤처져 근본적인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일각에서는 강도 높은 쇄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 '5만 전자'로 털썩…최고의 직장 순위도 하락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가 1년 7개월 만에 '5만전자'로 내려앉았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장 대비 2.32% 내린 5만8천9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지난해 3월 16일(5만9천900원) 이후 처음으로 종가 기준 6만원선을 내줬다.

앞서 뉴욕증시에서 주요 기술주를 담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1.06%)가 상승하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TSMC가 예상치를 뛰어넘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국내 반도체주가 덩달아 오른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SK하이닉스는 전장 대비 4.89% 오른 18만6천700원에 거래를 마쳤으며, 한미반도체도 3.07% 상승했다.

각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부진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고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것을 감안해도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을 이미 발표한 마이크론 등 경쟁사와 비교해 지나치게 부진한 실적"이라며 "전통적으로 재고 조정과 완제품 관련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는 4분기에도 경쟁 업체 대비 부진한 실적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경기 및 업황의 둔화가 확실해지는 최악의 경우 10% 수준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보유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삼성전자는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하는 '세계 최고의 직장' 1위 자리를 내준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는 해당 조사에서 2020년부터 4년 연속 1위를 지켰으나, 올해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에 밀려 3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9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스마트폰과 PC 등의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며 주력인 범용 D램이 부진한 데다, 반도체 부문의 일회성 비용 등이 반영되며 시장 기대를 밑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매출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9조1천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74.49%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8일 공시했다. 사진은 이날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9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스마트폰과 PC 등의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며 주력인 범용 D램이 부진한 데다, 반도체 부문의 일회성 비용 등이 반영되며 시장 기대를 밑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매출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9조1천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74.49%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8일 공시했다. 사진은 이날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 반도체 경쟁력 회복이 관건…HBM 공급 여부에 촉각

삼성전자의 위기가 현실화된 원인을 두고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부문 경쟁력 회복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3분기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실적을 기록한 배경에는 AI칩 고대역폭 메모리(HBM) 사업의 지연이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됐던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을 선점하면서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상황이다. 향후 삼성전자 주가 향방도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인 HBM3E에 대한 엔비디아 승인 여부가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부문의 한 축인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연간 수십조원 규모의 투자를 지속하고 있으나 TSMC와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 다른 경쟁사였던 미국의 인텔은 막대한 부채를 떠안고 분사를 포함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TSMC가 첨단 파운드리 시장을 장악하는 '승자 독식' 시장에 진입했다는 부정적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의 겨울은 아니지만 삼성전자의 겨울은 이미 우리가 경험하고 있다"며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인 HBM3E 엔비디아 승인 지연, 파운드리 경쟁력 약화, 부진한 3분기 실적에 주가가 부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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