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끌어내려야 할 사람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지원 유세에서 "임기 안에도 도저히 못 견디겠다 그러면 그만두게 하는 게 바로 대의민주주의 아닌가"라고 했다. 5일 인천 강화군수 보궐선거 지원 유세에서도 "선거를 기다릴 정도가 못 될 만큼 심각하다면 도중에라도 끌어내리는 것이 민주주의이고 대의정치(代議政治)"라고 말했다.

탄핵은 고위공직자가 헌법과 법률을 어기며 권력을 남용(濫用)할 때, 이를 막기 위해 취하는 비상한 조치다. 대통령의 국정 기조나 실정(失政), 대통령에 대한 호오(好惡), 대통령 가족의 죄를 묻는 제도가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싫으니 '탄핵하자'고 한다.

정치 권력의 정당성은 두 가지 조건이 충족(充足)될 때 확보된다. 하나는 권력 획득 절차상 정당성이고 다른 하나는 권력 행사의 내용상 정당성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대선 승리로 권력을 획득했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024년 총선과 당 대표 선거 승리로 권력을 획득했다. 두 사람 모두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고 있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이 이끄는 행정부와 이 대표가 장악한 입법부 중 어느 쪽이 정치 권력을 부당하게 사용하고 있을까.

상대방에 대한 특검(김건희 특검법)을 추진하면서 수사 검사를 자기네가 단독 추천하겠다는 것이 정당한 입법 권력 행사인가. 대통령이 임명한 방송통신위원장을 취임 이틀 만에 탄핵 의결해 직무를 정지시킨 것이 정당한 권력 행사인가. 상대방에 대한 상설 특검을 추진하면서 국회 규칙까지 바꿔 가며 여당의 특검 추천위 추천권을 배제하겠다는 것은 정당한 권력 행사인가.

헌법 재판관 추천 국회 몫 중 민주당 몫을 늘리겠다며 재판관 추천을 미뤄 헌법재판소 마비(痲痹)를 초래하는 쪽은 누구인가. (헌법재판소가 마비돼 판결할 수 없으면 국회가 대통령이든 장관이든 판사든 탄핵안을 의결하기만 하면 그의 직무는 언제까지고 중단된다. 사실상 공직자 해임권(解任權)을 민주당이 갖는 셈이다.) 이것이 입법부의 부당한 사법 침해, 행정 침해가 아니면 무엇인가. 요즘 민주당의 정치 권력 행사에서 정당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지금 우리 국민이 끌어내려야 할 정치 권력은 국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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