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한국 증시 ‘밸류업’ 위해 금투세 불안 끝내야

9월 미국의 고용지표가 예상을 훌쩍 뛰어넘으면서 미국 증시가 반등을 시작했다. 경기 침체 공포는 일단 사그라든 분위기다. 반도체, 인공지능(AI) 관련주, 대형 기술주들 모두 강세를 보이며 대부분 업종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중동 위기가 최악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글로벌 증시는 탄력을 받았다. 한국 증시에 대한 상승 기대감도 차츰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3대 채권 지수인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긍정적이다. 한국 국고채 투자를 위한 원화 수요가 증가하면 외환시장 수급(需給) 개선으로 원·달러 환율이 낮아진다. 채권 금리가 떨어지고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 코스피 지수도 상승 동력을 얻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국 증시의 불안 요소 역시 만만치 않다. 작게는 삼성전자 실적 부진으로 대표되는 반도체주(株) 약세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기대에 못 미쳤지만 낙담할 수준은 아니었다. 문제는 미래 성장이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 지연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적자를 넘어서는 극적인 반전(反轉)이 필요하다. 정작 걸림돌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불확실성이다. 국민의힘은 10일 WGBI 편입을 계기로 금투세 폐지를 촉구했다. 한동훈 대표는 민주당이 금투세 문제에 우왕좌왕한다면서 "정쟁하지 말자. 국민의힘과 손잡고 투자자들의 마음을 받아들이자"고 했다.

정부의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효과는 미미하다. 큰손인 국민연금마저 간판 우량주를 포함한 국내 주식들을 대거 처분 중이라고 한다. 주주 환원 확대도 기대에 못 미친다. 올해 상반기 중간 배당 실시 기업은 전체 상장사의 4%도 채 되지 않았다. 지난해 맥킨지 한국사무소 발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퇴직연금의 소득대체율은 12%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권고치인 20∼30%의 절반 수준이다. 증시의 안정적 성장세는 기업 가치를 높이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뿐 아니라 연금 세대들의 불안을 완화하는 기능도 한다. 금투세 논란은 이를 가로막는 주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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